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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이들의 깨끗한 목소리-여드름 필 무렵

저는 추풍령이라는 작은 마을 출신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5살때부터 추풍령에서 자랐으니 추풍령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합니다. 추풍령은 좋은 마을입니다. 깨끗하고, 과일이 맛있고, 마을마다 숨은 이야기가 있고, 여름이 선선한 마을입니다. 제가 부자라면 여름 별장을 지어놓고 싶을 정도로 시원한 곳입니다. 그러나 추풍령에 아쉬운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마을이 갈수록 노령화되는 것입니다. 동네에는 아이들의 웃음보다 어르신들의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졸업한 추풍령초등학교, 추풍령중학교는 아이들이 없어 폐교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는 많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학교들과 다른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차별화를 시..

책읽기 2016.07.04

[영화] 이것은 믿음에 대한 이야기-곡성

저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좀 무섭거든요. 그렇지만 이 영화는 꼭 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바로 최근 가장 뜨거운 영화 '곡성'입니다. 주변의 평도 너무 좋고, 평론가들도 엄청난 영화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인 경찰 '종구'는 마을에 생기는 이상한 일들이 이상하기만 합니다. 그러던 와중, 마을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이상한 일이 자신의 딸에게도 생기게 됩니다. 종구는 이 일이 일본에서 온 외지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구는 외지인을 쫒게 되고, 그렇게 영화는 전개됩니다. 제가 본 곡성은 '의심과 확신을 넘나드는 이야기'입니다. 종구는 외지인에 대한 '의심을 확신'합니다. 이 모든 일의 뒤에는 외지인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그를 쫒습니다. 그러나 종구가 모든 일이 끝났다고 ..

영화보기 2016.05.25

강남역 묻지마 살인을 대하는 태도

'강남 화장실 묻지마 살인사건'이 큰 이슈를 던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상에서 이미 문제가 되고 있던 남녀 네티즌 사이의 갈등이 그것입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폭력 전과와 조현병이 있는 어떤 남성이, '여자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여러 시간을 기다린 끝에 일면식도 없는 어느 20대 여성을 흉기로 무자비하게 살해한 것입니다. 이 여성에 대한 추모, 그리고 묻지마 범죄에 대한 공포가 급속히 퍼져 가고 있습니다. 출처: 뉴시스 그런데, 여기에서 반응이 엇갈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여성 네티즌을 중심으로 한 쪽에서는, 이 사건이 '여성 혐오 범죄'라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물리적/사회문화적 약자인 여성이기 때문에 범죄의 타겟이 되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이 사건은 폭력 전과와 정신병이..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 '한강'-그녀를 대하는 우리의 모습

저는 소설을 많이 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가 '한강' 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세계적 권위를 가진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뉴스를 봤을 때 '아 그렇구나. 원래 유명했던 작가였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기존에 소설을 많이 읽던 이들에게도 유명한 이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녀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사실 최근작이 아닌 2007년작이었습니다. 여러 뉴스에서는 그녀의 작품에 대한 기존의 평가나 흥행성적(이 단어가 적절한지 모르겠네요)을 보도하지 않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언론이 보도하는 것은 맨부커상의 평가, 맨부커상이 얼마나 대단한 상인지, 오르한 파묵('내 이름은 빨강'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터키 작가)을 제치고 한 작가가 상을 받은 일, 부모와 오빠와 남편 모두 문학 관련 종..

[책]아주 기본적인 이론서-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도 복지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복지국가에 대한 논의는 곧 복지정책의 근간인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로 번졌습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정당들이 사회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복지정책을 주요 의제로 내놓았고,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의 정당들은 사회민주주의를 이념으로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핫한 사회민주주의지만, 이 사회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사회민주주의의 구성 요소는 무엇인지, 사회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알기 어려운 사회민주주의에 대해 잘 설명해 놓은 책이 바로 '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입니다. 저자는 스웨덴의 정치가인 잉그바 카를손, 그리고 사회민주주의 저술가 안네마리 린드그렌입니다. 이 책은 사회민주주의란 무..

책읽기 2016.05.18

음악, 생각, 예배

아침에 헬스장에서 뛰었습니다. 헬스장에는 늘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그곳에서 들리는 음악들의 공통점은, 꽉 차고 빠른 음악이라는 것입니다. 쿵쿵거리는 베이스, 꽉 채운 보컬, 그래도 빈 곳이 있다면 전자음악으로 또 채웁니다. 헬스장에서, 특히 런닝머신 위에서 이런 음악은 참 좋습니다. 아무 생각도 안 하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달릴 때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별별 생각들을 하면 더 힘듭니다. 그러니 그냥 생각을 비우고, 그 빈 공간을 꽉 찬 음악으로 채워버리는 것입니다. 역으로 말해, 꽉 채운 이런 음악들은 생각할 때는 좋지 않습니다. 생각을 할 때는, 역시 조금은 비어 있는 음악들이 좋습니다. 김광석의 기타와 하모니카, 유재하의 목소리는 우리가 많은 생각을 하도록 도와줍니다. 그 소리의 ..

[세월호 2주기] 하나님의 영광은 어디에 있는가?

비가 창문을 때린다. 세월호 2주기. 아픔과 절망의 날이다. 세월호는 우리 국민 대다수에게 슬픔을 안겨주었다. 두려움과 절망도 주었다. 나라의 시스템이 우리 삶을 구할 수 없으리라는 두려움. 그리고 비극을 당한 사람들이 무관심한 혹은 무자비한 사회 앞에서 느끼는 절망. 많은 것을 시사한 세월호 사건 세월호 유가족 중에는 기독인들도 많이 있다. 교회에서 집사, 권사, 장로 직분을 가진 이들도 많다. 오랜 시간 신앙생활을 해 온 사람들도 많다. 예수를 믿는 이들. 이들에게는 지금 하나의 짐이 더 지워져 있다. 바로 교회다. 교회가 짐이다. 잊으라, 표현하지 말라, 그냥 살아가라 말하는 교회와 주변의 신자들은 이들에게는 크나큰 고통의 짐이다. 잊을 수 없고, 표현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고, 그냥 살아가기에는..

[4. 13 총선] 총선 후, 어떻게 될 것인가?

이번 총선은 더민주의 승리, 새누리의 패배, 국당의 약진, 정의당의 실패로 끝났습니다. 의석 수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여러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을 함께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김종인, 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 김종인은 승장이 되었습니다. 서울, 경기, 충남에서 승리했을 뿐 아니라 부산, 경북, 경남에서도 의미 있는 몇몇 의석들을 따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김종인은 그 자신이 어떤 일을 해 냈는지 알고 있습니다. 대단한 일을 해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가질 힘은 엄청난 것입니다. 김종인 대표는 '당을 계속 이끌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계속해서 이 엄청난 힘을 휘두를 것이라는 말입니다. 과연, 그는 이 힘을 어떻게 휘두를까요? 문재인 대표와의 관..

[4. 13 총선] 선거 트렌드 2. 지역주의

나라 전체에 총선 열기가 가득 찼습니다. 총선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뽑는 중요한 선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은 자신을 대표해 줄 후보들을 엄정히 골라 뽑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각 후보의 공약을 확인하고, 경력을 확인하고,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합니다. 그런데, 막상 선거에 들어가면 국민은 자신을 대표할 후보와 정당에 제대로 투표하지 않습니다. 대신, 막연히 감정에만 호소하는 후보와 정당에 투표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이런 막연한 감정에 표를 주는 것은 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이 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게 하는 것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오늘은 '지역주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정당들은 '전국정당'을 추구합니다...

[드라마X책]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뉴스룸 X 뉴스의 시대

‘기울어진 운동장.’ 우리나라 언론 상황을 말할 때 자주 쓰이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언론 상황은 어느 한 쪽으로 확실히 기울어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언론은 보수적으로 확실히 기울어져 있어서, 정치 경제적으로 진보적인 이들에게 불리한 환경이라는 것입니다. 보수 언론은 보수적인 논조의 기사를 쓰고, 보수적인 시각에서 모든 이슈를 바라보고 처리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이들의 보수적인 시각에 노출됩니다. 이러한 시각이 강제되고, 이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우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기울어진 운동장’ 론 입니다. 미드 ‘뉴스룸’의 첫 회는 한 대학에서 강연을 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한 대학생이 ‘왜 미국이 가장 위대한 나라인가?’라는 질문을 합니다. ACN 방송국의 메인 뉴스 진행자 ‘윌 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