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11

[책리뷰] 눈물을 마시는 새 – 한국 판타지의 아성

제 또래 젊은 남자들은 판타지와 무협 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과 비교하면 저는 판타지나 무협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고 오히려 임꺽정, 장길산, 태백산맥 등 대하소설을 좋아했습니다. 대하소설에서 제가 느낀 것은 ‘장대한 이야기의 웅장함‘이었습니다. 커다란 세계가 주인공과 등장인물들로 인해 용틀임하듯 묵직하게 움직이는 이야기를 읽는 것은 가슴을 울리기 충분했습니다. 이에 비해서 판타지, 특히 ‘양판소’라고 불리는 다 똑같이 생긴 판타지 소설들은 영 울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판타지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저는 이영도 작가의 책을 이번에 소개할 책, ‘눈물을 마시는 새‘로 처음 만났습니다. 이 책의 IP를 활용한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읽고 관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눈물을 마시는..

책읽기 2022.08.30

[책] 아이는 성장을 한다 - 아몬드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는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청소년 소설이다.필자는 청소년 소설을 아주 좋아한다. 대부분 청소년 소설은 해피엔딩이다. 청소년인 주인공은 사건들 속에서 함께 성장한다.이야기로서의 다이나믹은 있지만, 너무 자극적이거나 슬프거나 괴롭지는 않다. 읽기 편안하면서도 재미있다. 그리고 배우거나 생각할 점들이 있다. 청소년 소설을 재미있게 읽는 서른이 넘은 필자는 아직 정신적인 성장이 되지 않은 것인지 종종 고민하게 된다. 어쨌든 이 책 ‘아몬드’는 청소년 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뇌의 한 부분에 나면서부터 이상이 있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다. 어머니와 할머니는 주인공을 듬뿍 사랑해주지만, 주변으로부터는 괴물 취급을 받는다. 그러던 중 길거리 묻지마 살인에 의해 ..

책읽기 2020.11.15

[책] 환경주의 신데렐라-우주에서 한아뿐

현실이 노답일 때, 우리는 어디선가 와서 나를 구해줄 무언가를 구하게 된다. 그것이 로또 1등이 되었건, 주택청약 당첨이 되었건, 백마 탄 왕자가 되었건. 그렇다면 이 자리에 UFO 탄 외계인을 넣으면 이상할까? 소설 ‘우주에서 한아뿐’은 딱 이런 이야기다. 한아의 남자친구 경민이 훌쩍 캐나다로 여행을 갔다. 그런데 경민이 있는 동네에 갑자기 유성이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나고, 경민은 사고 다음 날에야 발견된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경민은 평소와 조금 다르다. 이상함을 조금씩 느끼던 한아는 경민이 입에서 내뿜는 빛으로 병을 핥아서 플라스틱과 PET를 구분하는 광경을 보게 된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결국 UFO 탄 왕자님이네 여기까지는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매우 잘못되었다. 경민..

책읽기 2019.11.02

[책] 또렷하게 들리는 여성의 이야기 – 옥상에서 만나요

장르문학의 즐거운 유산 정세랑의 소설의 특징은 ‘괴상하다’는 것이다. 그녀의 글은 진지한 분위기로 나가다가도 이상한 전개를 보여준다. 마치 호러나 이세계물같은 장르 문학 같다. 그리고 이게 참 재미있는 부분. 정세랑 작가의 단편집 「옥상에서 만나요」 역시 정세랑 특유의 괴상한 이야기들이 독자를 즐겁게 해 주는 책이다. 별 이상한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당장 이 책의 제목이 된 단편 ‘옥상에서 만나요’는 고대의 비법을 통해 절망을 먹고 사는 남편을 소환한 여성의 이야기다. 이렇게 써 놓으면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데, 정세랑 작가는 이처럼 이상한 얘기를 정말 재미있게 잘 풀어낸다. 여성의 ‘이야기’ 그렇다고 이 책에 이상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단편들은 대부분..

책읽기 2019.03.25

[책] 이해할 수 없는 타인 –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민호

난해한 단편집 이 책은 이기호 작가의 단편집이다. 그래서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이해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친절한 교회오빠의 호의는 상대방의 눈물로 돌아왔고 아내의 바람을 참아낸 남편에게 돌아온 것은 아내가 휘두른 공구에 머리를 맞아 사망하는 최후였다. 교도소에 간 아내의 오빠가 맡긴 딸에게 친절히 대해 준 소설가는 학교폭력을 저지르고도 뻔뻔스러운 아이의 행동에 대해 충동적으로 험한 말을 내뱉었고 그에게 남은 것은 부끄러움과 괴로움 뿐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란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타인에 대한 이야기 다행히도 이 책의 맨 뒤에는 철학자 김형중 선생이 쓴 해설이 있다. 이 해설을 읽고서야 나는, 이것이 작..

책읽기 2019.02.11

[책] 진리는 소박함에 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라는 사람 레프 톨스토이는 러시아 문학의 가장 빛나는 별로 영원히 기억될 작가입니다. 단편, 중편, 장편을 넘나들며 작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귀족의 자녀로 태어났지만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었습니다. 꽤 진보적인 사상을 가지고 농노제를 철폐하려는 운동도 했지만 그가 처한 보수적인 제정 러시아의 상황에서 바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젊은 날에는 군인으로 전쟁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후에는 전쟁에 반대하고 채식주의자가 되는 등 평화주의, 생명주의자가 되었습니다. 톨스토이의 글에는 이러한 진보적인 평화주의와 생명주의, 그리고 소박한 삶에 대한 예찬이 진하게 묻어 있습니다. 세 이야기, 하나의 메시지 이 책은 톨스토이의 중편 ‘이반 일리치의 죽음’, ‘악마’, ..

책읽기 2019.01.27

[책]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억남

일확천금의 백일몽? 갑자기 엄청난 돈을 갖게 되면 두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기쁨과 함께 그 돈이 나를 무너뜨릴 것 같은 불안. 3억엔의 복권에 당첨된 주인공 가즈오도 같은 불안에 휩싸입니다. 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그는 억만장자가 되었다는 대학때의 친구 쓰쿠모를 찾아갑니다. 이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부자인 쓰쿠모는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돈을 즐기라는 말과 함께 쓰쿠모는 엄청난 파티를 엽니다. 파티에서 잔뜩 취한 가즈오는 다음날 아침 엄청난 현실에 맞닥뜨립니다. 3억엔과 쓰쿠모가 없어져버린 것입니다. 돈과 행복을 찾는 여정 돈을 가지면 행복할까? 이 책이 우리에게 계속해서 던지는 질문이며, 동시에 가즈오가 돈과 친구를 찾아다니며 만나는 질문입니다. 가..

책읽기 2018.10.29

[홍대] 2018 와우북페스티벌 후기!

2018년에도 어김없이 돌아온 홍대 와우북페스티벌! 마지막인 오늘 다녀왔습니다. 태풍 온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맑은 하늘에 사람도 적당히 북적여서 좋았네요. 홍보는 3일부터 8일까지라고 하지만 거의 모든 일정이 5일부터 7일까지 진행되더라구요. 뭔가 과대광고된 느낌이었습니다. 오늘 제가 다니면서 좋았던 부분들 위주로 포스팅할게요. 먼저 소개할 부스는 '책세상'의 부스였어요. 여기에서 본 책들 중에 사회과학 고전들을 문고판으로 만든 '책세상문고', 그리고 자유, 복지국가, 테러 등 각종 개념들을 소개해주는 '개념사 시리즈'가 흥미로웠습니다. 좋은 책을 작고 가볍고 저렴하게 파는 좋은 출판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이 개념사 시리즈에서 책 두 권을 샀습니다. 책을 구매한 사람에게는 뽑기를 해서 경품을 주..

놀기 2018.10.08

[책] 학교에서는 퇴마가 일상-보건교사 안은영

‘퇴마물’이라 하면 엑소시즘 영화나 부적을 여러 군데 붙이고 굿을 하는 무당 같은 것이 먼저 생각납니다. 하지만 정세랑 작가의 이 책 ‘보건교사 안은영’의 퇴마는 유쾌한 것을 넘어서, 좀 웃깁니다. 부적이나 성수 대신 플라스틱 칼과 장난감 총으로 둥둥 떠다니는 영체들을 잡고 다니는 보건선생님. 그리고 신비한 보호의 힘을 지닌 한문선생님. 기존의 퇴마에는 맞지 않는 이 두 선생님은 학교에 일어나는 여러 영적 사건들을 해결하고 다니기 바쁩니다. 연애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요. 사실 학교를 주된 장소로 설정한 퇴마물이나 공포물은 많았습니다. 그 유명한 여고괴담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학교 퇴마물이 이렇게 유쾌하고 귀엽고 밝은 것은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 밝고 귀여운 이야기는 곰곰 ..

책읽기 2018.09.21

[책] 복잡한 세상을 깡다구있게 살다-도련님

하나쯤 있을 법한 사람 주변에 이런 사람, 하나쯤 있을 듯합니다. 사람은 착한데 왠지 모르게 뻣뻣해서 인간관계를 유들유들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 주변의 분위기를 잘 읽지 못하고 때문에 놀림감이 되곤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어쩌면 놀림감을 넘어서 따돌림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낯선 환경에서라면 적응하지 못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 바로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입니다. 주인공은 몰락해가는 구 일본 귀족의 둘째 아들입니다. 하녀인 기요 할멈으로부터 ‘도련님’ 소리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의 성격은 매우 특이합니다. 그는 성격이 매우 강하지만 그 강한 성격을 숨기거나 고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할 뿐입니다. 자신에 대한 강한 확신으로..

책읽기 2017.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