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책] 환경주의 신데렐라-우주에서 한아뿐

보라돌이입니다 2019. 11. 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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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노답일 때, 우리는 어디선가 와서 나를 구해줄 무언가를 구하게 된다. 그것이 로또 1등이 되었건, 주택청약 당첨이 되었건, 백마 탄 왕자가 되었건. 그렇다면 이 자리에 UFO 탄 외계인을 넣으면 이상할까? 소설 우주에서 한아뿐은 딱 이런 이야기다.

 

한아의 남자친구 경민이 훌쩍 캐나다로 여행을 갔다. 그런데 경민이 있는 동네에 갑자기 유성이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나고, 경민은 사고 다음 날에야 발견된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경민은 평소와 조금 다르다. 이상함을 조금씩 느끼던 한아는 경민이 입에서 내뿜는 빛으로 병을 핥아서 플라스틱과 PET를 구분하는 광경을 보게 된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결국 UFO 탄 왕자님이네

 

여기까지는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매우 잘못되었다.

 

경민의 정체는 경민의 외모를 빌린 외계인으로, 외계인은 다른 행성에서 특수 망원경을 통해 한아를 바라보며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한아의 저탄소 생활과 환경을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여행을 간 진짜 경민에게 접촉하여 경민과의 대화 끝에, 경민은 우주 끝으로 향하는 여행을 떠나고 외계인이 경민이 되어 한아의 곁으로 왔다는 것. 그러고는 대뜸 결혼을 하자고 하는 외계인.

 

한아는 처음에는 당황하지만, 외계인이 제안하는 것들을 듣고는 결혼을 수락한다. 이 제안이라는 것이 너무 작가의 주제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버린다. 외계인은 경제적인 부분을 외계의 친환경 기술을 지구에 있는 정부에 특허를 낸 후 기업에 팔아서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한아는 경제적 걱정 없이그냥 하던 옷 리폼 샵을 계속 하면 된다고 외계인은 말한다. 그리고 가끔 외계인이 지구로 올 때 조건으로 내걸었던, 지구에서 위기에 처한 외계 생명체들을 도와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외계 생명체라는게 결국 고래 같은 지구의 멸종위기종 등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런 조건을 한아는 덥석 받는다.

 

경제적인 부분을 메꾸고 남는 외부에서 온 존재. 너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라고 하는 존재. 니가 그토록 좋아하는 환경 살리기를 같이 하자고 하는 존재. 나는 이 외계인에 대해 백마탄 왕자님 21세기 환경 버전이라고 말하겠다. 그리고 이 왕자님으로 인해 흥미롭던 초반 전개는 그냥 흔한 이야기로 전락했다.

 

같은 작가 맞아?

 

같은 정세랑 작가가 쓴 다른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과 비교하면 이 작품은 매우 밍밍하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주인공 안은영은 한문선생님 홍인표와 함께 학교에 나타나는 마물들을 퇴치한다. 외계인이나 퇴마사나 괴상한 것에서는 같지만, 이 학원 퇴마물의 주인공은 적어도 신데렐라가 되지는 않는다. 안은영은 자기 주도적이며, 홍인표와의 관계도 어느 한쪽이 끌고가는 관계가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안은영이라는 인물은 매력이 넘친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등장인물들 모두 매력적이고 흥미롭다.

 

그런 차원에서, 나는 이 책 우주에서 한아뿐이 실망스럽다. 같은 작가가 쓴 책이 신기할 정도다. 물론 TV만 켜면 막장 드라마나 신데렐라 스토리들이 드라마 속에 넘쳐 흐르지만, 그래도 정세랑 작가에게 거는 기대치가 있었기 때문에 실망을 감추기는 어려울 듯하다. 작가를 응원하며, 더 좋은 이야기로 찾아와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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