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책] 또렷하게 들리는 여성의 이야기 – 옥상에서 만나요

보라돌이입니다 2019. 3. 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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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문학의 즐거운 유산

 

정세랑의 소설의 특징은 괴상하다는 것이다. 그녀의 글은 진지한 분위기로 나가다가도 이상한 전개를 보여준다. 마치 호러나 이세계물같은 장르 문학 같다. 그리고 이게 참 재미있는 부분. 정세랑 작가의 단편집 「옥상에서 만나요」 역시 정세랑 특유의 괴상한 이야기들이 독자를 즐겁게 해 주는 책이다.

 

별 이상한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당장 이 책의 제목이 된 단편 옥상에서 만나요는 고대의 비법을 통해 절망을 먹고 사는 남편을 소환한 여성의 이야기다. 이렇게 써 놓으면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데, 정세랑 작가는 이처럼 이상한 얘기를 정말 재미있게 잘 풀어낸다.

 

여성의 이야기

 

그렇다고 이 책에 이상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단편들은 대부분 여성의 이야기, 여성의 일상으로 채워져 있다. 여성의 시선으로 본 서울이라는 도시, 가상의 역사, 웨딩드레스.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작가는 분명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다.

 

82년생 김지영」과 같은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책들이 서점가에 많이 깔렸다. 남성인 나로서는 사실 깊이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들을 매주 책을 읽으러 가서 만나게 되는 격이라 조금 그렇다. 그러나 정세랑은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 와닿는 글을 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세랑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쉽게 와닿았다. 어려운 경제학 서적에 예화를 들어 주듯이, 정세랑의 이야기는 선뜻 이해되지 않는 여성의 시선에 이입하게 만들어 준다.

 

이야기를 잡아야 이야기를 들려줄 있다

 

「퇴마록」으로 일약 스타가 소설가 이우혁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재미있어야 한다. 그렇다. 전공책이나 논문을 쓰지 않을 것이라면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재미있게 읽히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이런 점에서 「옥상에서 만나요」는 쓰인 책이다. 어떤 의도 없이 접근해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었으니까.

 

거기에 더해, 정세랑은 본인이 하고싶은 이야기도 듣게 한다. 그것이 재미의 힘이다. 유쾌함의 힘이다. 밝고 진취적이며 누구도 공격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고싶은 이야기는 한다. 그러니 작가의 이야기는 명료하게 들린다. 이야기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그런 면에서 힘있는 작가의 또렷하게 들리는 힘찬 목소리, 「옥상에서 만나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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