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책] 진리는 소박함에 있다 – 이반 일리치의 죽음

보라돌이입니다 2019. 1. 2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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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라는 사람

 

레프 톨스토이는 러시아 문학의 가장 빛나는 별로 영원히 기억될 작가입니다. 단편, 중편, 장편을 넘나들며 작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귀족의 자녀로 태어났지만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었습니다. 꽤 진보적인 사상을 가지고 농노제를 철폐하려는 운동도 했지만 그가 처한 보수적인 제정 러시아의 상황에서 바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젊은 날에는 군인으로 전쟁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후에는 전쟁에 반대하고 채식주의자가 되는 등 평화주의, 생명주의자가 되었습니다. 톨스토이의 글에는 이러한 진보적인 평화주의와 생명주의, 그리고 소박한 삶에 대한 예찬이 진하게 묻어 있습니다.

 

세 이야기, 하나의 메시지

 

이 책은 톨스토이의 중편 이반 일리치의 죽음’, ‘악마’, ‘신부 세르게이’ 3편을 묶었습니다.

 

법관인 이반 일리치는 좋은 집안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지만 그리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아내와의 가정 생활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반 일리치는 일과 카드게임에 몰두하며 나름의 행복을 찾습니다. 그러나 이사 도중에 다친 옆구리가 점점 아파오면서, 그는 점차 죽음이 자신을 향해 다가옴을 느낍니다. 아내와 딸과 예비 사위는 그를 위로하려고만 합니다. 다 잘 될 것이라는 위안.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이야기. 죽음의 고통을 상쇄해 주는 것은 하인인 게르심의 낙천적이고 열정적인 삶의 모습입니다. 결국 이반 일리치는 생을 마감하고 그의 장례식이 열리지만 아내는 보험금에, 친구들은 카드게임에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부유한 상속자인 예브게니는 상속받은 땅과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의 경제적 수완은 훌륭했지만, 단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모스크바에서와 같은 문화생활(?)을 하지 못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성욕을 참지 못한 그는 건강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유부녀인 농민 스테파니다에게 돈을 주고 함께 문화생활(…)을 즐깁니다. 하지만 그녀와 진지한 관계를 가질 생각은 없었고, 예브게니는 좋은 집안의 아가씨와 결혼을 합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스테파니다를 향한 욕망과 행복한 가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예브게니. 이 이야기에는 두 개의 결말이 있습니다. 스테파니다를 욕망하는 자신을 용납하지 못해 자살을 택하는 결말과, 스테파니다를 죽여버리는 결말입니다. 과연 누가 악마일까요?

 

황제의 근위대에 들어갈 정도로 성공한 장교였지만 사랑하는 여성이 황제의 정부라는 사실을 알고 난 충격으로 수도자가 된 세르게이. 세르게이 신부는 세상의 모든 욕망을 물리친 현자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잘생기고 유명한 현자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결국 그는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되었습니다. 욕망에서 벗어난 수도자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세르게이 신부를 유혹하기 위해 접근한 한 여성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결국 그는 잠자리를 가져 버리게 됩니다. 유혹에 넘어진 그는 신을 부정하고 저주하며 수도원을 도망치듯 떠나 방랑을 하게 됩니다. 떠돌던 그가 만난 사람은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는 옛 친구. 가난하지만 열심히 행복을 찾아 살아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시베리아로 가서 고난 속에서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현자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영원히 사랑받을 톨스토이 사상

 

이 세 편의 이야기는 모두 톨스토이의 사상을 깊이 머금고 있습니다. 부유함보다는 소박함을, 화려하지만 껍데기 뿐인 상류층의 삶보다는 진솔하고 소박한 서민의 삶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사상이 톨스토이가 오래도록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일 것입니다. 지역과 문화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부유함과 화려함을 쫓아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진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부유함과 화려함 자체가 아닙니다. 정확히는, 그것은 행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행복은 우리 삶의 자세와 마음에 달려 있다는 진실, 그것을 톨스토이는 언제나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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