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책] 학교에서는 퇴마가 일상-보건교사 안은영

보라돌이입니다 2018. 9. 2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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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물이라 하면 엑소시즘 영화나 부적을 여러 군데 붙이고 굿을 하는 무당 같은 것이 먼저 생각납니다. 하지만 정세랑 작가의 이 책 보건교사 안은영의 퇴마는 유쾌한 것을 넘어서, 좀 웃깁니다. 부적이나 성수 대신 플라스틱 칼과 장난감 총으로 둥둥 떠다니는 영체들을 잡고 다니는 보건선생님. 그리고 신비한 보호의 힘을 지닌 한문선생님. 기존의 퇴마에는 맞지 않는 이 두 선생님은 학교에 일어나는 여러 영적 사건들을 해결하고 다니기 바쁩니다. 연애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요.


 

사실 학교를 주된 장소로 설정한 퇴마물이나 공포물은 많았습니다. 그 유명한 여고괴담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학교 퇴마물이 이렇게 유쾌하고 귀엽고 밝은 것은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 밝고 귀여운 이야기는 곰곰 뜯어보면 그렇게 밝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의 연애 문제, 커닝이나 시험지 훔치기도 함께 하는 비뚤어진 우정, 부모의 재혼과 같은 쉽게 손 대기 어려운 가족 문제, 그리고 크게 사회 문제가 되었던 역사 국정교과서 문제까지, 이 괴상하게 화사한 책은 다양한 문제들을 다룹니다. 그리고 우리의 보건교사 안은영과 한문교사 홍인표는 이 문제들을 피해가지 않습니다. 정면에서 마주해서 결국엔 웃음으로 마무리해 버립니다.

 


이 책을 쓴 정세랑 작가는 이 책의 주인공들의 이름은 실제 아는 사람들로부터 빌렸다고 합니다. 오직 즐거움과 쾌감을 위한 이야기라고 작가 후기에 밝혔지만, 그럼에도 즐거움 이상의 무언가를 읽는 이들은 받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작가가 실제 아는 사람들의 이름을 빌린 것처럼, 우리도 이 책이 소개하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들, 비슷한 문제들을 웃음과 유쾌함으로 이겨내는 이들이 주변에 많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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