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59

[책] 복잡한 세상을 깡다구있게 살다-도련님

하나쯤 있을 법한 사람 주변에 이런 사람, 하나쯤 있을 듯합니다. 사람은 착한데 왠지 모르게 뻣뻣해서 인간관계를 유들유들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 주변의 분위기를 잘 읽지 못하고 때문에 놀림감이 되곤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어쩌면 놀림감을 넘어서 따돌림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낯선 환경에서라면 적응하지 못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 바로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입니다. 주인공은 몰락해가는 구 일본 귀족의 둘째 아들입니다. 하녀인 기요 할멈으로부터 ‘도련님’ 소리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의 성격은 매우 특이합니다. 그는 성격이 매우 강하지만 그 강한 성격을 숨기거나 고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할 뿐입니다. 자신에 대한 강한 확신으로..

책읽기 2017.10.23

[책] 삶에 대한 귀엽고 깊은 생각–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보노보노? 그게 뭐야? ‘좆같은 보노보노’라는 것이 한때 유명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대학 수업 발표 PPT에 해달 캐릭터인 ‘보노보노’를 배경으로 쓴, 너무 못 만든 발표물이 인터넷에 공개되어 이상한 인기를 끈 것입니다. 보노보노는 1986년부터 연재되기 시작해 현재까지 인기가 있는 만화입니다. 아기 해달 보노보노는 이 만화 보노보노의 주인공이죠. 보노보노, 그리고 그 친구들인 무뚝뚝한 너구리 너부리, 분홍색 다람쥐 포로리가 숲 속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이 만화의 주 내용입니다. 어찌 보면 아무 내용도, 아무 자극적인 이야기도 없는 만화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서도 큰 사랑을 지금까지도 받고 있습니다. 이 만화가 사랑받는 이유는 역시 철학적인 내용, 삶에 대한 고민, 무겁기만 한 일상의 고민들을 정..

책읽기 2017.10.22

[책] 1984와 2017년 한국의 닮은 두려움-1984

빅 브라더와 영국 사회주의당이 다스리는 1984년, 주인공 윈스턴은 어디에서나 감시와 도청을 주의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는 이 세상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직장 동료 오브라이언을 반란자라고 믿고 있고, 검은 머리의 키 작은 여자 동료를 비밀 사상 경찰이라고 생각하며 주의합니다. 그러던 중 윈스턴은 그가 의심하던 검은머리 여자 ‘줄리아’로부터 난데없는 사랑 고백을 받습니다. 그녀와 뜨거운 사랑을 하며 동시에 강렬한 반란의 조짐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는 같은 반란자라고 생각했던 오브라이언에게 붙잡혀 고문을 받게 됩니다. 그는 결국 고문을 이기지 못해 마음이 무너져버리고, 세상의 그 모든 거짓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1984’는 디스토피아 소설의 대명사와 ..

책읽기 2017.07.16

[책] ‘사람이 먼저’인 세상, 정말?-소비사회를 사는 그리스도인

바야흐로 ‘사람이 먼저다’의 세상이 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문구였던 이 말은 이제 현실로 눈 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당선과 집권으로, 많은 이들이 그 무엇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대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아직도 사람보다 물건이, 물건보다 돈이 우선인 모습입니다. 세상은 언제부터 이런 모습이었을까요?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원래 세상은 이런 곳인 걸까요? 이런 질문을 던지는, 그리고 이 질문에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 바로 존 캐버너의 ‘소비사회를 사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기독교, 정확히는 가톨릭 서적입니다. 하지만 개신교인이나 비기독인이 읽어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책입니다. 더 정확히는, 세상을 ..

책읽기 2017.07.07

[책] 망국의 과거와 우리의 현재, '량치차오, 조선의 망국을 기록하다'

(출처: 중부일보)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그 여파로 이어진 대통령 탄핵, 그리고 이로 인한 대선 정국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한국은 과거 중국의 영토였다'고 말했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내외의 상황이 점점 복잡해져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상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예전 조선의 망국 상황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한반도 상황은 매우 복잡했습니다. 청, 러시아, 일본 등 열강이 눈독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국내 역시 청일전쟁 이후 친청, 친러, 친일, 황실, 개화파, 척화파 등 다양한 세력이 주도권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선의 모습을 눈여겨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책읽기 2017.04.21

[책] 사랑을 먹고 자란다! Ho!

(출처: 거북이북스 블로그) 스무살이 된 '원이(김원이)'는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며 상경합니다. 학원에서 강사 알바를 하게 된 원이는 다른 학원 선생들이 맡기를 꺼려하는 청각장애 아동인 'Ho(윤 호)'를 맡게 됩니다. Ho는 청각장애를 가졌지만 다른 아이들보다 더 성숙한 아이였습니다. 그 덕에 Ho와 원이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원이는 Ho에게 알 수 없는 친근감과 편안함을 느끼고, 이들의 인연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계속됩니다. Ho가 스무살이 되는 해, 원이는 연이은 취업 실패와 여자친구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에 좌절한 상태였습니다. Ho는 계속해서 원이를 찾아오고, 원이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계속해서 표현합니다. 결국 Ho가 술을 마시고 원이의 집앞을 찾아온 어느 날, 원이는 Ho에게 입..

책읽기 2017.04.20

[책] '광장'을 통해 이 시대의 광장을 생각하다.

최인훈 작가의 소설 ‘광장’은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월북한 아버지를 둔 대학생 ‘이명준’을 통해 해방 직후의 남북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 작품의 제목인 ‘광장’으로 비유되는 남한과 북한은 참으로 답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명준은 아버지의 친구의 도움으로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을 해 나갑니다. 그는 느닷없이 경찰에 끌려가 아버지가 월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갖은 고초를 겪습니다. 그와 같은 일을 겪으며 그는 남한 사회를 ‘더럽고 텅 빈 광장’에 비유합니다. 정치, 경제, 교육 모두 탐욕에 물들어 있는 사회의 모습이 그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이명준은 남한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월북합니다. 그러나 그 곳 북한은 남한과 달리, ..

책읽기 2017.03.16

[책] 삶에 대한 절제된 언어들. '라면을 끓이며'

김훈 작가의 글은 음악을 들으며 읽을 글이 아닙니다. 음악을 들으며 그의 글을 읽으면, 두 가지 음악을 동시에 듣거나 두 가지 글을 동시에 읽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김훈의 글에는 감정 표현이 자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글보다 감성을 깨워줍니다. 그의 글은 가지런하지만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은 칼같이 찌르는 것이 아닌 망치와 같이 묵직하게 때리는 힘입니다. 김훈 작가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를 읽으며 든 생각입니다. 김훈 작가는 '칼의 노래'로 알게 되어 지금까지 좋아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글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힘이 너무나 좋은 작가입니다. 그는 소설 뿐 아니라 수필과 산문집도 내고 있습니다. '라면을 끓이며'의 주제는 '삶'입니다. 여러 모습의 삶들을 그렸습니다. 농촌의 삶, 어촌의..

책읽기 2016.07.20

[책] 아이들의 깨끗한 목소리-여드름 필 무렵

저는 추풍령이라는 작은 마을 출신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5살때부터 추풍령에서 자랐으니 추풍령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합니다. 추풍령은 좋은 마을입니다. 깨끗하고, 과일이 맛있고, 마을마다 숨은 이야기가 있고, 여름이 선선한 마을입니다. 제가 부자라면 여름 별장을 지어놓고 싶을 정도로 시원한 곳입니다. 그러나 추풍령에 아쉬운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마을이 갈수록 노령화되는 것입니다. 동네에는 아이들의 웃음보다 어르신들의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졸업한 추풍령초등학교, 추풍령중학교는 아이들이 없어 폐교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는 많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학교들과 다른 교육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차별화를 시..

책읽기 2016.07.04

[책]아주 기본적인 이론서-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도 복지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복지국가에 대한 논의는 곧 복지정책의 근간인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로 번졌습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정당들이 사회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복지정책을 주요 의제로 내놓았고,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의 정당들은 사회민주주의를 이념으로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핫한 사회민주주의지만, 이 사회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사회민주주의의 구성 요소는 무엇인지, 사회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알기 어려운 사회민주주의에 대해 잘 설명해 놓은 책이 바로 '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입니다. 저자는 스웨덴의 정치가인 잉그바 카를손, 그리고 사회민주주의 저술가 안네마리 린드그렌입니다. 이 책은 사회민주주의란 무..

책읽기 2016.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