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책] '광장'을 통해 이 시대의 광장을 생각하다.

보라돌이입니다 2017. 3. 1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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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작가의 소설 광장은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월북한 아버지를 둔 대학생 이명준을 통해 해방 직후의 남북한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 작품의 제목인 광장으로 비유되는 남한과 북한은 참으로 답답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명준은 아버지의 친구의 도움으로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을 해 나갑니다. 그는 느닷없이 경찰에 끌려가 아버지가 월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갖은 고초를 겪습니다. 그와 같은 일을 겪으며 그는 남한 사회를 더럽고 텅 빈 광장에 비유합니다. 정치, 경제, 교육 모두 탐욕에 물들어 있는 사회의 모습이 그는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이명준은 남한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월북합니다. 그러나 그 곳 북한은 남한과 달리, ‘황량한 회색 광장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위대한 레닌 동지와 같은 이들이 만들어 놓았고, 각 사람들은 그저 그 영광을 찬양하고 당을 위해 희생하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명준은 다시금 환멸을 느낍니다.

 

이후 전쟁이 일어나고, 이명준은 전쟁 포로가 됩니다. 서울에서 대학까지 나온 인재인 이명준을 남북 모두 탐내지만, 이명준은 중립국으로 가기를 원합니다. 이쪽 광장도, 저쪽 광장도 모두 그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는 그렇게 포로들을 실은 배를 타고 인도로 갑니다.

 

인도로 가는 배 안에서, 그는 바다를 보며 넓은 광장의 환상을 봅니다. 푸른 광장에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그리고 그녀가 품었던 자기 아이를 봅니다. 그 환상을 향해 뛰어듭니다. 그것은 자살일 수도, 자신의 삶의 광장이 없는 한 젊은이의 도피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 우리 시대의 광장을 봅니다. 부정하고 부패한 권력에 퇴진을 주장하고, 배를 타고 여행하던 사랑하는 이들의 의문의 죽음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고, 그렇게 100, 200, 20회동안 1500만이 촛불을 든 우리의 광장을 생각해 봅니다. 그 광장에서 우리는 외쳤고, 절규했고, 때로는 시련도 겪었고, 그리고 환호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광장과 해방 이후 이명준의 광장은 비슷한 듯 하면서 다릅니다. 이명준의 광장은 더럽고, 속이 비어 있었습니다. 북의 광장 역시 마찬가지로 비어 있었습니다. 정말로 채워야 할 내용들은 없고 그저 외세(미국 여배우의 젖가슴 또는 위대한 레닌 동지)에 의탁한 자들의 말장난과 욕심으로 가득한 광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광장에는 우리가 가득합니다. 외세도 없고, 누군가의 욕심이나 말장난도 없습니다. 오직 우리. 우리의 요구, 우리의 외침들이 가득합니다. 모두 한 마음으로 부정부패를 몰아내고자 했습니다.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채운 광장이었습니다.

 

한때,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성장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민주주의 선진국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민주주의, 우리의 광장은 그 때와 다릅니다. 많은 나라들이 대한민국의 성숙한 민주 시민 의식을 칭찬하며 부러워합니다. 분명 과거에 광장은 무질서와 욕망의 분출구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광장은 정의와 진실을 비추는 촛불의 장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광장은 날로날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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