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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향욱과 박근혜와 이언주, 폐쇄된 엘리트들의 삼중살

보라돌이입니다 2017. 7. 1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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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불거진 이언주 사태에 대해, 어제자 JTBC 뉴스룸에서는 이 문제의 사회 문화적 의미를 되짚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문제의 당사자 이언주 의원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마주쳐(만난 것이 아니라 마주친 것입니다) 사과하는 모습이 언론에 잡혔습니다. 



"사퇴하세요!" 급식노동자 고함에 이언주 혼쭐


http://www.nocutnews.co.kr/news/4813518


이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나오는 그 때, 사건의 당사자들이 바로 다음 타임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정론관에 들어오다 마주친 것입니다. 이언주 의원은 사과를 했지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았습니다. 이 분들은 이언주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며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이언주 의원은 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일까요?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이언주 의원의 삶을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을 알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의 살아 온 발자취를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언주 의원은 부산에서 태어나 1995년 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했습니다. 1997년에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변호사로 일하며 연세대 경제법학 석사와 노스웨스턴대 법학 석사 학위를 땄습니다. 2004년 르노삼성자동차의 법무팀장을, 2008년 에쓰오일 법무총괄 상무를 지냈고 2012년부터 국회의원이 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학사, 연세대와 외국 대학 석사, 변호사, 대기업의 팀장과 상무를 거쳐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그녀는 실패를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녀의 삶에는 성공만이 가득했습니다. 


성공한 엘리트. 그리고 막말. 누군가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저는 먼저 '개돼지 파문'의 나향욱씨가 떠올랐습니다. 나향욱씨 역시 엘리트입니다. 연세대학교 교육학과 출신인 그는 23세에 행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그는 공무원으로 일하며 아이오와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을 국비로 밟았습니다. 월드뱅크에 파견되어 근무하며 억대 연봉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한순간, 말 한 마디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사실 한순간의 말 한마디라기보다, 그의 인생 전체를 통틀어 그가 늘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엘리트였던 그가 엘리트 아닌 이들을 바라보며 느낀 인생 전반의 소회였을 것입니다. 이언주 의원 역시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에 대한 그녀 자신의 평소 생각을 내뱉었던 것이겠지요. 



이언주 의원과 겹쳐 보이는 이는 또 있습니다. 이언주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기보다는 그 발언을 보도한 기자를 비난했습니다. 사과할 줄 모르고 책임전가에 급급한 불통의 아이콘, 바로 파면당한 전 대통령 박근혜씨입니다. 박근혜씨 역시 그 어떤 문제나 지적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았음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문제제기를 하고 일을 바로 하려고 하면, 박씨는 소위 '레이저'를 쏘며, '참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레이저에 맞은 '나쁜 사람들'은 경질과 좌천을 당했습니다. 바른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책임에 대해 고민하기보다 자신에게 문제를 제기한 올바른 목소리를 미워하는 사람. 이언주 의원은 박근혜씨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나향욱씨와 박근혜씨의 마지막을 이미 보았습니다. 그들의 폐쇄성, 엘리트주의, 불통, 옳고 그름보다 자기 기분을 중시하는 태도 등이 빚은 결과는 성난 민심의 파도였습니다. 나향욱도, 박근혜도 날려버린 민심의 파도. 이언주 의원이라고 과연 그 민심의 성난 파도를 뚫고 갈 수 있을까요? 못된 엘리트주의자들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민심에 대해, 이언주 의원 뿐 아니라 많은 소위 '사회 지도층' 들이 귀를 늘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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