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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삶의 무게와 명예의 가치 - ‘남한산성’

보라돌이입니다 2017. 10. 5.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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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즘 핫한 영화들이 많이 개봉해서 많은 영화팬들이 기뻐하고 기대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영화 중 하나, '남한산성'을 오늘 보았습니다. 


삶과 명예, 선택의 갈림길


청나라의 용골대가 어마어마한 대군을 이끌고 조선으로 쳐들어왔습니다. 그 엄청난 힘 앞에서 조선은 무너졌습니다. 조정은 도망치기 바빴고 결국 왕은 남한산성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으로 두 충신, 김상헌과 최명길도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갇혀버린 남한산성을 청나라의 군사들이 완전히 포위했습니다. 희망은 어디에도 없어 보였습니다. 

김상헌과 최명길. 두 신하는 왕의 충신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신하가 믿는 바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김상헌은 오랑캐인 청나라에 왕이 항복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그는 삶과 죽음보다 무거운 명예의 가치를 말합니다. 명예를 잃으면, 살아 있는 것은 더 이상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고 그는 주장합니다. 삶의 이유와 의미를 잃은 이상, 그 삶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청의 항복 권유에도, 그는 언젠가 올 아군을 기다리자고 주장합니다. 



최명길은 삶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말합니다. 명예도, 가치도, 그 모든 것도 죽음보다 무겁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왕과 백성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오랑캐에게 무릎꿇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삶은 그 자체로 이유가 됩니다. 청의 항복 권유는 치욕스러운 일이지만, 그 치욕을 견디고 그것을 통해 많은 목숨을 지키는 것이 왕의 일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김상헌과 최명길. 그들은 서로의 충심을 인정하며, 서로의 주장들을 이해하며, 그러나 서로의 가장 강력한 반대자가 됩니다. 두 사람 모두 틀린 말을 하거나 사사로운 이익에 얽매여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이 두 사람은 각자 주장을 굽히지 않습니다. 서로의 주장을 비판합니다. 그러나 이 두 충신의 노력들 사이에서, 백성은 죽어가고 왕은 유약하고 다른 신하들은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합니다. 상황은 점점 악화됩니다. 


고통스런 결말보다 더 고통스런 전개


사실 이 영화를 보는 많은 사람들은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습니다. 결국 인조는 청에 항복을 하고 삼전도에서 치욕적인 군신의 예를 치릅니다. 국사책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것은 고통스러운 결말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 고통스러운 결말보다 더 고통스러운 전개가 있음을 말합니다. 이 남한산성 안의 사람들은 귀천을 넘어선 고통을 맛봅니다. 이 고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역할인 것처럼, 영화는 계속해서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보여줍니다. 왕은 왕 나름대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고통을, 신하는 신하대로 바르게 왕을 인도해야 하는 고통을, 백성은 백성대로 싸우고 추위를 견뎌야 하는 고통들을 겪습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고통들은 모두 각자가 감내하는 것. 


그러나 각자의 고통들을 감내한다 해도, 각자의 고통이 다 같은 것은 아닙니다. 왕은 왕이기에, 사대부는 사대부이기에 물리적인 고통과 죽음의 문턱을 넘는 두려움은 피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고통은 모두 백성이 짊어지는 것. 최명길과 김상헌은 이러한 백성의 고통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최소한 자신들이 백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이 두 사람은 다른 사대부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 고통을 겪곤 합니다. 


고통은 죽음과 닿아 있습니다. 그것은 현실입니다. 명예와 명분은 닿지 못할 영역입니다. 아무리 큰 심적인 고통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들의 고통보다 크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익히 아는 병자호란의 결말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의 공포가 백성을, 최명길과 김상헌을, 신하들을 넘어 왕의 앞에 다가왔을 때, 비로소 왕은 남한산성 밖으로 나갑니다. 영화는 죽음이 진군하는 모습을, 고통이 명예와 명분을 넘어 현실이 되어 가는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호연



이 영화에 주역으로 등장하는 배우는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고수, 박휘순, 조우진 등입니다. 하나같이 연기에 있어서는 발군인 배우들입니다. 그런 배우들이 이렇게 고통 가득한 연기들을 펼치니, 이 영화는 정말 고통스러운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악역 배우에게 '진짜 못되어보인다' 는 말이 칭찬이듯이, 이 배우들의 고통스러운 연기들은 하나하나 장관입니다. 주역인 이병헌, 김윤석 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 모두 저마다의 소신과 고민 속에 있는 캐릭터들을 멋지게 풀어 냅니다. 


명예나 명분은 과연 무엇일까요? 삶을 택하는 사람들과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 그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살며, 무엇을 위해 죽는 것일까요? 그런 깊은 고민과 성찰을 통해 연휴를 깊이 있고 알차게 보내기를 원하신다면, 남한산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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