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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경계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밀정

보라돌이입니다 2016. 9. 2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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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정'을 봤습니다. 여친님의 급 제안으로 보게 된 영화라 사실 배경이나 스토리도 잘 모르고 보게 됐지만, 재미있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그리고 생각하게 되는 것들까지 있어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한때 독립운동을 하다 지금은 일제의 경찰이 되어 버린 이정출(송강호). 그는 일제의 유용한 정보원이지만 동시에 의심 또한 받고 있습니다. 언제든 다시 일제를 배신할 수 있는, 일제로서도 불안정한 인물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정출의 상관인 히가시(츠루미 신고)는 창씨개명까지 한 조선인 경찰 하시모토(엄태구)를 이정출 밑에 두어 감시하게 합니다. 


그 때 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의 대장 정채산(이병헌)에 대한 정보가 일본 경찰에 잡힙니다. 경찰은 이정출과 하시모토를 의열단 조사에 투입하고, 이들은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여친님이 공유를 너무 좋아해서 저는 되레 공유를 싫어합니다. 하지만 공유의 연기는 역시 대단하더군요. 공유와 투톱 주인공인 송강호는 말 할 것도 없는 우리나라 최고 연기파 배우고요. 조연인 엄태구, 일본인 배우 츠루미 신고 등의 연기도 훌륭하고 자연스러웠습니다. 엄청난 연기 고수들의 내공 때문에 나름 연기를 잘 한다는 한지민의 연기가 어색해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스토리, 인상적인 연기보다 제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주인공인 이정출의 삶과 행동이 우리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였습니다. 


이정출은 경계를 살고 있습니다. 그는 일본 경찰에게는 언제 배신할지 모르는 조선인 정보원입니다. 의열단에게는 접촉하기 불안한 배신자입니다. 그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기에, 이정출은 그때그때 이득이 되는 곳, 이득이 되는 사람을 쫒아갑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고민은 있습니다. 경계인이기에 불안도, 두려움도 있습니다. 독립이 되지 않을거라 말하지만, 조국에 진 마음의 빚은 여전합니다. 마치 현실을 살지만 이상과 꿈에 대한 막연한 부채의식을 지니고 사는 우리 삶과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경계에 살고 있습니다. 현실과 미래의 경계, 이상과 먹고사니즘의 경계,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의 경계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런 우리의 불안 앞에 우리는 좌절하고 무너집니다. 현실과 타협하고도 저쪽에 빛나고 있는 이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그렇기에 이정출은 선택을 합니다. 이쪽과 저쪽을 넘나드는 이정출의 선택은 사실 우리도 삶 속에서 하고 있는 선택과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정출의 가족이 영화 속에서 존재만 드러낼 뿐, 이정출의 삶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 모습은 이정출과 그를 바라보는 관객의 선택을 보다 쉽게 만들어 줍니다. 이정출은 분명 아내도 아이도 있는 가장이지만 그의 선택은 순간순간, 비교적 간단하게 이뤄집니다. 우리의 선택은 그리 간단하지 않은데 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정출을 보는 저는 그에게 동질감과 이질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배우들의 연기 뿐 아니라 우리의 모습도 보여주는 멋진 영화, 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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