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미디어자몽 칼럼

[영화X책] 우리는 왜 누군가를 만나는가? – 카트 X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보라돌이입니다 2016. 3. 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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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삼천(孟母三遷)이라는 말이 있다. 맹자가 어렸을 때, 맹자의 어머니는 그의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를 갔다. 처음 그들이 이사를 간 곳은 묘지 근처였다. 맹자는 묘에서 장례 하는 것을 보고, 장례 놀이를 했다. 그것을 본 맹자 어머니는 시장 근처로 이사했다. 그랬더니 맹자는 장사하는 흉내를 내며 놀았다. 맹자의 어머니는 다시 이사했다. 이번에 이사한 곳은 학교 근처였다. 그러자 맹자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흉내를 내며 놀았다. 이 이야기는 아동 혹은 청소년에게 주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고사로 유명하다.

언뜻 보면, 맹자와 그의 어머니는 쉽게 환경을 옮기고, 쉽게 만나는 이들을 바꾸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이들에게, 대치동, 목동으로 기를 쓰고 들어가려고 하는 우리 시대의 학부모들은 꽤 안쓰러운 모습일 것이다. 우리 시대의 맹모들 역시 환경, 특히 만나는 사람들이 한 사람의 삶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영국의 잘나가는 젊은 금융인 코너 우드먼은 어느 날 문득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그는 자신이 고대의 상인들처럼 무역 활동을 할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영국에서 출발해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를 거쳐 영국으로 돌아오는 여행을 하기로 했다. 그 여행길에서, 그는 무역품들을 사고 팔아 자본금의 두 배를 남기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성공했다. 그는 무사히 무역 세계일주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금전적인 목표도 물론 달성했다. 코너 우드먼은 그의 여행을 담은 책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의 마지막 장에 여행에서 느낀 것들을 말해주었다. 세계 경제가 아무리 나빠지더라도, 용기와 능력을 갖춘 이라면 누구든 자신과 같은 경제적 도전을 할 수 있으리라고, 그리고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도전에 많은 언론사들이 찬사를 보내 주었다. 조선일보는 이 책에 대해 신용, 잔꾀, 인맥이라는 거래의 3대 요소를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인맥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이, 코너 우드먼은 세계 어디에서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좋은 친구들이 곳곳에 많은 듯 했다.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실력과 인품을 지닌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수완 좋은 사업가, 전문가, 생산자, 예술가 등이 그들이다.

영화 카트는 대형마트 비 정규직 직원들의 파업과 투쟁을 다룬 영화다. 이 영화는 약자들의 시선과 약자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은 마트에서 일하는 비 정규직으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어느 날 주인공과 동료 비 정규직들은 마트에서 일방적인 해고를 당한다. 그 후 많은 사건들을 거치며 각성, 노동조합 운동을 하게 된다. 동시에, 투쟁을 위해 신경 써주지 못하게 된 자녀들, 특히 아들과의 갈등을 통해 그녀는 정말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영화는 사람이 사람답게 대우받는 것을 위한 그녀의 투쟁과 연대를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그녀는 영화 전반을 통해 많은 사람을 만난다. 함께 투쟁하는 노동자들, 도움을 주는 노무사, 마트 직원들이 그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다. 그것도 만나야 하거나 만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그녀는 만나지 못한다. 마트 본사 책임자와의 노동 교섭 자리에서는 책임자가 상대해주지 않아 만나지 못한다. 불법 파업이라는 이유로 경찰에 억울하게 잡혀갔을 때도 그녀는 경찰 책임자 대신 유치장을 지키는 낮은 계급의 경찰들만 만날 수 있었다. 심지어, 그녀와 노동조합원들은 시민들도 만나지 못한다. 그들의 파업 관련 뉴스는 언론에 의해 매우 부정적으로 각색되고, 일부 자극적인 부분들만 편집되어 방송되었다. 그들은 뉴스를 통해 시민을 만난 것이 아니라 시민에게 간접적으로 전시될 뿐이다.

코너 우드먼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유능한 사람들과 만나며 관계를 만들 수 있었을까? 카트의 주인공은 왜 그렇게 만나고자 하는 이들을 만날 수 없었을까? 우리는 아주 오래된 고사를 통해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운다. 코너 우드먼도, 카트의 주인공도 만나기를 원한다. 그러나 한 사람은 만나고, 다른 한 사람은 만나지 못한다. 왜일까?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기도 하고, 만나지 못하기도 한다. 대 부호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 시간은 천문학적 금액에 거래되지만, 많은 한국의 흙수저들은 혼자 밥을 먹을 수밖에 없다. 왜일까? 왜 우리의 만남은 이렇게 다른 것일까?

코너 우드먼은 그의 책에서 우리의 질문에 명확히 답을 주고 있다. 수단의 낙타 시장에서, 그는 그 자신을 이렇게 묘사한다. ‘현금을 싸 들고 돌아다니는 외국인’. 그것이 그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였다. 그는 돈이 있었고, 여러 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그 돈이 필요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 돈은 그가 관계를 맺는 매개체였고, 관계의 이유였고, 관계의 결론이었다. 서로에게 돌아갈 이익. 그것이 그 관계의 본질이었다. 카트는 어떨까? 주인공이 만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은, 그녀가 파업을 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 마트 임원들은 돈이 든다는 이유로, 경찰은 불법이라는 이유로, 심지어 시민들은 마트를 이용하는 데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녀와 만나주지 않는다. 참으로 합리적인 이유다. 돈이 되고 필요한 사람은 만나고, 돈이 안 되고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 워런 버핏의 식사와 한국의 한 흙수저의 식사시간은 바로 이런 이유로 다르다. 우리의 만남도 이와 같지는 않은가? 필요에 의해 만나고 필요 없는 사람은 만나지 않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닌 나의 필요를 만나는 사람들. 우리의 삶의 모습이 아닌가.

맹모삼천으로 교육을 받은 맹자는 후에 대 학자이자 정치인이 된다. 조각조각 쪼개어져 다투던 중원을 유리하던 그가 위나라의 양혜왕을 만났을 때, 양혜왕은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을 만났으니 이제 우리 나라에 이로운 계책들을 가져 오셨겠지요?” 그러나 맹자는 이렇게 말한다. “왜 왕께서는 하필 이로움부터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과 의가 있을 뿐입니다.” 이로움보다 먼저 맹자가 말한 것은 인과 의, 어진 마음과 올바른 삶이다. 이러한 맹자의 말에 비추어 볼 때, 맹자의 어머니는 단순한 교육적 필요에 의해 이사를 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맹자의 어머니는 어짊과 올바름을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간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찾아 가는가? 우리는 왜 누군가를 만나는가? 우리의 만남은, 무엇을 추구해야 할 것인가

미디어자몽(zamong.co.kr)에서 같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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