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미디어자몽 칼럼

[영화X책] 사회적 약자는 누구인가?-스포트라이트 X 창가의 토토

보라돌이입니다 2016. 3. 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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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극장가에서는 조용하지만 해외에서는 어마어마한 이슈를 불러 모은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스포트라이트인데요. 얼마 전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받은 영화라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부문에는 한국에서도 인기 있었던 영화 마션’,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그리고 아카데미 최고의 화제였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등 쟁쟁한 영화들이 후보에 올라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스포트라이트의 수상은 매우 값진 것이지요.

이렇게 값진 상을 받은 영화 스포트라이트’. 이 영화는 가톨릭 사제들의 성 범죄와 그 범죄를 세상에 알린 보스턴 글로브지의 이야기입니다.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 팀인 스포트라이트의 네 명의 기자들은 수십 년 전 보스턴 지역의 가톨릭 사제 한 사람이 한 어린이를 성추행 했다는 작은 자료를 발견합니다. 그 자료들을 통해 이들은 계속해서 사제들의 부정을 파헤칩니다. 그러던 도중, 그들은 단순히 한 사람의 부정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됩니다. 더 많은 사제들과 가톨릭 고위층의 개입으로 수많은 가톨릭 사제들의 성 범죄가 가려진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들은 계속해서 그 문제를 붙잡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49명의 사제들의 성추행이 기소되었고 600개 이상의 기사가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사건으로, 스포트라이트 팀은 기자와 문학가들에게 주는 최고의 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에서, 스포트라이트 팀은 이 사건을 자신들이 밝혀냈다는 것에 대해 그렇게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보스턴 글로브는 이미 여러 해 전에도 이 일에 대한 자료를 여러 곳에서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금새 잊어버렸죠.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스포트라이트 팀이 취재하면서 계속해서 만난 것도 그것입니다. 의도적으로, 또는 의도치 않게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그 무관심 속에서 자살과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들. 가톨릭의 영향력이 상당한 보스턴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묻히게 되기 마련입니다.

또 한 사람의 목소리가 묻힐 위기에 놓였습니다. ‘토토라는 작은 여자 아이는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입니다. 수업시간에 창 밖에 집을 지은 제비들과 인사를 하거나, 책상 서랍에 있는 물건들을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하거나 하는 일들입니다. 결국 초등학교 1학년에 퇴학을 당한 이 아이의 꿈은 스파이, 그리고 전철 표를 파는 사람입니다. 이 아이가 가게 된 곳은 대안학교인 도모에 학원’. 토토와 도모에 학원의 이야기를 그린 책 창가의 토토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마음을 잘 보여줍니다.

도모에 학원의 교장선생님인 고바야시 선생님은 토토를 처음 만난 날, 무려 네 시간이나 토토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습니다. 도모에 학원의 아이들은 모두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믿어 주고, 아이들은 그런 선생님과 학교를 사랑하는 모습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저마다 개성이 있고, 각자의 개성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입니다. 마구 뿜어내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을 무시하거나 억누르지 않는 것. 자연스러운 상태로 살도록 돕는 것. 그것이 도모에 학원과 고바야시 선생님의 학습 방향입니다.

보스턴의 아이들이 사제들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는 이 아이들이 대부분 가정이 깨지거나, 고아로 자라거나, 방치 상태에 있던 아이들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사제가 관심을 가져 주는 것은 마치 신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증언합니다. 스포트라이트라는 영화는 사실 언론에 관한 영화도, 종교에 관한 영화도 아닌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 사람이 약자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한 증언입니다. 그리고 그 관심이 없을 때 사회가,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영화입니다. 다시 말해, 사회적 약자란,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사람인 것입니다.

토토도 마찬가지입니다. 토토는 일반 학교에서 괴상한 아이 취급을 받습니다. 수업시간에 수업은 듣지 않고 제비에게 말을 거는 아이니까요. 그래서 학교는, 이 괴상한 아이를 퇴학시켜버립니다. 일반적인 사회에서 내몰아버리는 것이지요. 이렇게 사회에서 발 붙일 데가 없어진 작은 아이. 사회의 관심 영역에서 멀어져 버린 작은 아이는 도모에 학원에서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도모에 학원에서는 소아마비로 몸의 한 쪽이 휘어진 아이도, 뚱뚱한 아이도, 과학 말고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는 아이도, 너무 느긋해서 다른 사람을 답답하게 만드는 아이도, 모두 하나의 특별한 사람입니다. 당연히 그 특별함에 대해 관심이 생깁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다시 관심을 받습니다.

우리는 누구에게 관심이 있습니까? 강한 자, 돈 많은 자, 권력을 가진 자인가요? 아니면 약한 자, 돈도 권력도 없는 자인가요? 관심. 그것이 중요합니다. 그 관심이 우리가 줄 수 있는 스포트라이트입니다. 스포트라이트는 어두운 곳에 비춰서 밝게 해 줄 뿐 아니라, 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의 스포트라이트와 같은 사람이, 바로 이 글을 보시는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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