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편의점보다 교회가 많다고 한다. 그러면 편의점 점주보다 교회의 대표격인 담임목사의 수가 많다는 뜻도 된다. 그리고 한가지 더, 편의점 알바의 수 만큼, 어쩌면 그 이상으로 교회에 고용된 부목사 또는 전도사의 수가 많다는 뜻도 된다. 이렇게나 목사가 많으니, 이들의 고용이 안정적일 수가 없다. 고용시장 역시 여느 재화와 다르지 않다. 공급이 넘치면 그 재화의 가치는 한없이 떨어진다. 그러나 목사는 목사다. 신에 대해 궁금해하고 배우고자 하는, 또는 신의 위로와 자비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신의 뜻과 마음을 말해야 한다.
이 책 ‘퇴사하겠습니다, 아멘‘ 은 바로 이런 목사의 삶, 그리고 목사들의 직장인 교회에 대한 책이다. 책의 저자는 목회를 그만둔 상태로, 그렇기에 내부와 외부의 시선 모두를 가지고 목사, 목회, 교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 1부에서는 목사라는 직업과 교회 내부의 환경에 대해, 2부에서는 교회를 둘러싼 외부의 환경과 기독교의 냉정한 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3부에서는 여성 교역자의 현실과 이 현실을 돌파해 나가는 한 여성 목사를 인터뷰하여 부록처럼 비교적 적은 지면에 실었다.
목사와 교회의 현재
1부의 큰 제목은 ‘직업으로서의 청년 목사’다. 제목에서 보다시피 이 장에서는 젊은 목사로서 저자 본인이 보고 겪은 교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목사, 특히 젊은 부목사에 대한 저자의 정의는 ‘C급 만능엔터테이너’. 나는 이 명명을 ‘잡부’로 읽었다. 잡다한 일처리를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하는 사람. 할 줄 알아야 하는 사람. 이와 같은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저자는 막힘 없이 줄줄 적어 간다. 교회 내의 정치에 시달리는 모습, 담임목사나 유력한 장로의 한 마디에 휙휙 고용이 불안정한 모습, 교회 재정이 부족하면 부목사 월급부터 밀려버리는 모습까지. 부목사의 삶은 흔들림의 연속이다.
2부는 ‘상상하는 종교’라는 제목이다. 종교, 그러니까 기독교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1부의 이야기보다 덜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한국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 레퍼토리화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고, 힘 있는 사람들의 편에 서고, 약자와 소수자들을 혐오하고… 목회자를 그만 둔 청년 목사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래서 3장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3장에서는 교회에서 쉽게 들어볼 수 없는 여성 교역자와 저자의 대담이 이어졌다. 교회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집단이라고 정의하면서도, 그럼에도 교회에서 K-장녀처럼 싹싹하고 속깊게 지내는 자신을 조소한다. 직업의 부조리는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을 인내하며 목사로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교회가 지금의 이런 모습에도 역사와 맥락이 있다. 그리고 이런 교회의 모습을 인내하며 모두 함께 손 잡고 앞으로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리라.
사랑과 인내
이 책은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거나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지 않는다. 그냥 이런 많은 문제들이 있고, 이 문제들로 인해 목사들이 힘들어하고, 제도와 문화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신이 계심과 신의 사랑을 부인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 책의 말하는 바다. 이 책의 언어는 매우 건조하다. 마치 일부러 그런 것처럼.
그러나 교회와 목사, 교인의 이런 현실에도 곳곳에 묻어 있는 저자의 신에 대한, 교회에 대한 사랑을 지울 수 없다. 저자에게 교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뜻을 대언하는 공간, 약자들이 모이는 곳, 어르신들의 모임터, 이해할 수 없는 고난과 괴로움을 위로받는 장소이다. 그렇기에 교회는 존재하고, 존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목사는 오늘도 교회를 말하는 것이다. 희망과 인내를 가지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목사는, 그리고 기독인은 교회를, 우리 자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교회는 나이고, 우리이고, 나의 사랑의 대상이다. 참아 줄 수밖에 없는 나의 존재는 결국 예수가 우리를 사랑한 그 사랑에, 그 인내에 귀결되는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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