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책] 목사의 사랑과 인내 – 퇴사하겠습니다, 아멘

보라돌이입니다 2022. 8. 1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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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는 편의점보다 교회가 많다고 한다. 그러면 편의점 점주보다 교회의 대표격인 담임목사의 수가 많다는 뜻도 된다. 그리고 한가지 , 편의점 알바의 만큼, 어쩌면 이상으로 교회에 고용된 부목사 또는 전도사의 수가 많다는 뜻도 된다. 이렇게나 목사가 많으니, 이들의 고용이 안정적일 수가 없다. 고용시장 역시 여느 재화와 다르지 않다. 공급이 넘치면 재화의 가치는 한없이 떨어진다. 그러나 목사는 목사다. 신에 대해 궁금해하고 배우고자 하는, 또는 신의 위로와 자비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신의 뜻과 마음을 말해야 한다.

 

  이 퇴사하겠습니다, 아멘‘ 바로 이런 목사의 , 그리고 목사들의 직장인 교회에 대한 책이다. 책의 저자는 목회를 그만둔 상태로, 그렇기에 내부와 외부의 시선 모두를 가지고 목사, 목회, 교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1부에서는 목사라는 직업과 교회 내부의 환경에 대해, 2부에서는 교회를 둘러싼 외부의 환경과 기독교의 냉정한 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3부에서는 여성 교역자의 현실과 현실을 돌파해 나가는 여성 목사를 인터뷰하여 부록처럼 비교적 적은 지면에 실었다.

 

목사와 교회의 현재

 

  1부의 제목은 직업으로서의 청년 목사. 제목에서 보다시피 장에서는 젊은 목사로서 저자 본인이 보고 겪은 교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목사, 특히 젊은 부목사에 대한 저자의 정의는 ‘C 만능엔터테이너’. 나는 명명을 잡부 읽었다. 잡다한 일처리를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하는 사람. 알아야 하는 사람. 이와 같은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저자는 막힘 없이 줄줄 적어 간다. 교회 내의 정치에 시달리는 모습, 담임목사나 유력한 장로의 마디에 휙휙 고용이 불안정한 모습, 교회 재정이 부족하면 부목사 월급부터 밀려버리는 모습까지. 부목사의 삶은 흔들림의 연속이다.

 

  2부는 상상하는 종교라는 제목이다. 종교, 그러니까 기독교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1부의 이야기보다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한국 기독교에 대한 비판은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 레퍼토리화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사람들의 편에 서고, 약자와 소수자들을 혐오하고목회자를 그만 청년 목사가 아니라도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래서 3장이 흥미롭지 않았을까. 3장에서는 교회에서 쉽게 들어볼 없는 여성 교역자와 저자의 대담이 이어졌다. 교회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집단이라고 정의하면서도, 그럼에도 교회에서 K-장녀처럼 싹싹하고 속깊게 지내는 자신을 조소한다. 직업의 부조리는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을 인내하며 목사로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교회가 지금의 이런 모습에도 역사와 맥락이 있다. 그리고 이런 교회의 모습을 인내하며 모두 함께 잡고 앞으로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리라.

 

사랑과 인내

 

  이 책은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거나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지 않는다. 그냥 이런 많은 문제들이 있고, 이 문제들로 인해 목사들이 힘들어하고, 제도와 문화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신이 계심과 신의 사랑을 부인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 책의 말하는 바다. 이 책의 언어는 매우 건조하다. 마치 일부러 그런 것처럼.

 

  그러나 교회와 목사, 교인의 이런 현실에도 곳곳에 묻어 있는 저자의 신에 대한, 교회에 대한 사랑을 지울 수 없다. 저자에게 교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뜻을 대언하는 공간, 약자들이 모이는 곳, 어르신들의 모임터, 이해할 수 없는 고난과 괴로움을 위로받는 장소이다. 그렇기에 교회는 존재하고, 존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목사는 오늘도 교회를 말하는 것이다. 희망과 인내를 가지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목사는, 그리고 기독인은 교회를, 우리 자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교회는 나이고, 우리이고, 나의 사랑의 대상이다. 참아 줄 수밖에 없는 나의 존재는 결국 예수가 우리를 사랑한 그 사랑에, 그 인내에 귀결되는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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