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책] 검찰은 왜 저럴까 – 검사님의 속사정

보라돌이입니다 2021. 12. 2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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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코로나와 싸우고, 부동산과 싸우고, 검찰과 싸우다가 5년을 다 보낸 것 같다. 코로나는 전 세계적인 재앙이었으니 대응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최근 확진자와 위중증환자가 폭증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우리 정부의 코로나 대응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을 만큼 훌륭했다. 부동산 문제는 대통령도 사과할 만큼 정책적 실패가 있었다. 양도세 등 세금 문제, 인사 문제, 수요 공급간 불균형 등 문제가 허다했고 문 대통령도 여러 차례 사과를 하며 정부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부동산 문제를 잡으리라 약속했다.

 

한 가지는 재해였고, 한 가지는 대통령이 사과까지 할 정도로 실패였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싸운 마지막 싸움, 검찰과의 싸움은 어떤가? 이 싸움은 재해 같은 것이 아니었다. 직제상 상급자인 조국 장관을 윤석열 검찰총장은 처음부터 못마땅해 했고, 결국 장관 본인도 아닌 딸의 표창장 문제를 집요하게 파서 온 가족을 범죄자처럼 낙인찍어버렸다. 조 장관 아내 정경심 교수는 뇌에 종양이 있는데도 굳이 구속을 시켜 버렸다. 조 장관 후임자인 추미애 장관과는 추-윤 갈등 같은 괴상한 말이 나올 정도로 갈등을 빚었다.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는 희대의 망언도 있었다. 기상청장이 환경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라고 했으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추 장관이 직무정지를 시키자 윤 검찰총장은 소송으로 치받았고, 1심 결과 추 장관의 직무정지 결정은 합당한 것으로 나왔다.

 

정부와 싸우는 검찰

 

기시감이 든다. 정부의 일부인 검찰이 장관과, 나아가 정부와 싸우는 이 꼴은 어디선가 본 모습 아닌가. 그렇다. 참여정부와 검찰의 관계가 이와 같았다. 그리고 오늘 이 책 검사님의 속사정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이후에 되돌아 본 검찰의 모습, 검찰의 문제점들을 법조출입기자가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4장으로 되어 있지만 3개로 구분할 수 있다. 1장과 2장에서는 검찰 내부의 조직문화와 인사제도 등을 통해 어떤 이들이 검사가 되고, 그 검사 중에서도 어떤 이들이 뉴스에 등장하는 소위 잘나가는검사가 될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잘나가는 검사는 전체의 20%밖에 되지 않는다. 1장에서는 이들이 어떻게 학연, 지연, 혈연, 근무연 등 다양한 연고로 엮이게 되는지, 그리고 이 연고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적었다. 2장에서는 이 같은 검찰 내부의 조직문화가 어떻게 20%의 엘리트와 80%의 샐러리맨으로 검사들을 구분하게 되는지, 검찰 인사의 문제점과 폐해는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3장은 노무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검찰 내부는 어떤 반응이었는지를 적었다. 솔직히 이 부분은 2021년인 지금 시점에는 내용이 많이 알려져 있어서 그렇게 열심히 읽지는 않았다. 이인규 중수부장, 우병우 중수 1과장 등이 소위 윗선에 대한 충성을 보여주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고, 이로 인해 노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것. 윗선은 일부러 이인규-우병우를 한 팀으로 넣었다는 것. 노 대통령 서거의 책임을 지고 이인규 중수부장이 옷을 벗으며 매우 억울해했다는 것. 그리고 검찰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지만, 이 목소리는 80%의 잘 못 나가는 검사들의 목소리였기에 금방 묻혔다는 것. 참으로 안타까운 일임과 동시에, 정권이 검찰을 칼 잡는 망나니로 사용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요원한 검찰 개혁

 

마지막 4장은 검찰 개혁에 대한 제언이다.

 

이 책은 2011년 책이다. 10년 전 책의 내용인데도 아직도 유효한 검찰개혁의 제언이 많은 것 같다. 지난 10년간 검찰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그것은 검사 조직이 바뀌지 않은 탓, 검찰 인사가 바뀌지 않은 탓이다. 검찰은 인사와 조직을 청와대가 직접 틀어쥐고 흔드는 정권에는 목줄 맨 개처럼 협조적이었다. 목줄을 쥐면서 동시에 검찰 내부의 악습인 기수, 학연, 지연, 혈연 같은 것들 것 잘 지켜서 꽂아주는 정권을 검찰은 너무나도 좋아한다.

 

문재인 정부는 조국, 추미애, 박범계 등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검찰을 바꿔보려 했으나 이들은 검찰 출신이 아닌데다 틀어쥐고 윽박지르는 스타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실패했고, 결국 윤석열이라는 괴물 검찰 지상주의자를 낳아버렸다. 조국 장관에 대한 검찰의 무리하고도 세세한 털이는 검찰이 스스로 바뀌지 않겠다고 하는 선언이다. 김웅, 손준성 등 고발사주 이슈에 대한 조사가 지지부진한 것, 아니 고발사주 사건 자체도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적이라는 증거다. 이 같은 정치적 편향성을 선거에 개입하는 등 정치에 개입하는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윤 갈등은 검사들이 자신들이 행정부의 공무원이 아니라 특별한 어떤 존재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검찰 지상주의자들의 표현인 것이다.

 

참여정부 이후로도 검찰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지나며 더욱 권력은 강해지고 자의식은 커졌다. 개혁이 절실한데 문재인 정부는 사실상 실패했다. 참여정부의 마지막이 노 대통령의 자살로 끝난 것처럼, 문재인 정부와 검찰간의 싸움도 파국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이 변해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책에서도 검찰 스스로의 변하려는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글쎄. 검찰의 인사 제도 자체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주문이지 않을까 싶다.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의 암울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책, ‘검사님의 속사정‘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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