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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와 이해찬, 더민주의 극단적 전술

보라돌이입니다 2016. 3. 1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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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의 극단


조제 무리뉴는 세계적인 축구 감독입니다. 2002년 감독 데뷔 이래 거의 매 해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그 스스로 자신을 스페셜 원(special one)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는 대단한 감독입니다. 포르투갈 리그에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잉글랜드 첼시, 이탈리아 인테르 밀란,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 등의 감독을 거쳤습니다. 레알처럼 강력한 팀에 있을 때도 있었지만, 그의 재능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약한 팀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특히 인테르 밀란 시절은 그의 대단한 능력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무리뉴 감독


그런데 무리뉴의 축구에 대해 말들이 많았습니다. 2009년, 무리뉴 감독은 인테르 밀란의 감독으로 부임했습니다. 당시 인테르 밀란은 유럽 전체로 보면 그다지 강력한 팀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무리뉴는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축구를 펼쳤습니다. 이른바 '텐백(10 back)' 전술입니다. 2009-2010 시즌 당시 무리뉴와 인테르의 텐백 전술을 대충 보면 이런 것이었습니다. 


1. 수비수와 미드필더는 자기 진영으로 깊이 내려와 수비에 치중한다. 

2. 상대 진영에는 빠르고 정확한 슛을 노릴 수 있는 한 명 정도만 둔다. 

3. 수비를 단단히 하다가, 혹시라도 공이 우리 편에게 오면 앞쪽의 공격수에게 패스한다

4. 공격수가 달려가 골을 넣는다. 

5. 그 이후 또 수비를 한다. 위의 패턴 반복


이것이 무리뉴 텐백의 기본이었습니다. 당시 축구 팬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요. 하나는 무리뉴의 실속 축구를 지지하는 측, 다른 하나는 무리뉴의 이런 극단적 전술에 대해 '안티풋볼'이라며 비난하는 측이었습니다. 


김종인의 극단


얼마 전에 표창원 박사가 더민주 김종인 대표를 두고 '히딩크 같다'라고 인터뷰를 한 일이 있습니다. 각각의 리더들이 당 내에 난립한 상황에서, 김종인 대표와 같은 카리스마형 리더가 당을 이끌고 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지금은 '비상 상황'이니까요. 이것이 표창원 박사가 김종인 대표가 히딩크 같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김종인 대표는 무리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상 상황에선 김종인 대표가 히딩크처럼 적임자">

https://www.hankookilbo.com/v/489618fd48374c7ea028d6bfba856cfb


김종인 대표 체제 하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최근에 핫 이슈로 떠오른 것은 역시 컷오프입니다. 정청래가 잘렸고, 오늘은 이해찬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엄청난 이슈가 되었고, 많은 이들이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정청래 의원이 잘린 것은 많은 지지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많은 해석을 내놓았지만, 더민주 내부와 정청래 지지자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해찬 의원까지 잘려 나가면서, 더민주의 지지자들 중 더러는 '탈당하겠다''지지를 철회하겠다''정의당으로 갈아타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더민주는 왜 이런 선택을 했는가? 이것이 많은 이들의 관심사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많은 해석이 있지만, 저는 이 일은 김종인 대표의 수비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야권은 갈라져 있습니다. 국민의당 지지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총선 국면, 특히 수도권에서의 선거는 아주 작은 차이로도 승패가 갈릴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민주 입장에서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의당 지도부가 더민주와의 연대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이미 엉망이 되었고, 김종인 대표는 여기에 쐐기를 박기 위해, 계속해서 공격받던 친노/친문의 핵심 인사로 거론되던 정청래, 이해찬 두 의원을 쳐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민주 당사 앞에서 항의하는 시민


무리뉴의 텐백과 마찬가지로, 더민주의 이번 컷오프도 극단적인 선택입니다. 그렇기에 비난과 칭찬이 극명하게 갈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비난을 누가 하는지, 칭찬을 누가 하는지를 잘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더민주의 이런 극단적 전술은 더민주 내부에서 가장 많이 비난하고 있습니다. 더민주와 김종인 대표는 극단적 결단을 내렸고, 이제 할 일은 내부 안정, 그리고 결과를 내는 일입니다. 무리뉴는 그의 극단적인 전술을 선수들에게 잘 이해시켜 결국 우승컵을 차지했습니다. 김종인은 어떤 결과를 가져 오게 될까요? 더민주 내부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이번 총선을 승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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