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책] 현명한 낙관론을 가능케 한 한국의 힘 – 추월의 시대

보라돌이입니다 2021. 7. 2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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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선진국인가?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UNCATD)에서 한국을 아시아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상향 조정했다는 뉴스가 떠들썩했다. 세계 각국에서 한국의 문화컨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BTS를 필두로 한 한류 아이돌, ‘MUKBANG’을 전파한 한국의 독특한 컨텐츠들, 한복과 한식 등 한국의 전통문화도 외국인들의 관심을 자아낸다. 무역수지는 역대 최고이며 코로나 방역도 세계에서 제일 잘 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5%에서 마이너스 8%를 오갈 동안 한국은 마이너스 1%로 선방했다. 분명 근래의 한국은 잘 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일제시대의 망국에서 빈국, 개도국, 중진국을 거쳐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는가? 어떻게 한국은 앞서 나가는 나라들을 따라잡았는가? 그리고 어떻게 그 누구도 하지 못한 개도국의 추월이 한국에서만 가능했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그래서 세계 주요국들을 추월한 한국은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가? 바로 이 질문에서 오늘 소개할 책 추월의 시대가 시작된다.

 

  ‘추월의 시대는 프롤로그, 10개의 장,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앞서 확인한, 한국이 어디로 가야 할 지를 80년대 이후 생들의 관점에서 바라보겠노라 선언한다. 80년대 이후인가? 책의 저자들이 80년대생인 이유도 있지만, 산업화와 민주화의 유산을 모두 물려받은 첫 세대가 바로 80년대생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두 가지 세계관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이들이다. 이는 앞으로 이 책이 보여줄 한국의 나아갈 바가 두 선배 세대가 살아 온 방법을 모두 긍정하는 실용의 길임을 미리부터 암시하는 것이다.

 

  1장부터 3장까지는 조선으로부터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최근 뉴라이트 역사가들의 인식까지 한국의 역사와 그 역사를 보는 관점들을 보여준다. 조선 민중의 만민공동회와 촛불 혁명, 왕에게 직고하는 신문고와 청와대 청원의 관계 등 근대화를 거치면서도 사라지지 않은 조선의 흔적들을 고찰한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주로 비춰지지만 둘 사이에서 취할 것을 취하며 실리적으로 움직인 중도파라는 이름의 민중에 새로이 주목한다. 그리고 이들 민중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뉴라이트 자학사관을 비판한다.

 

  4장과 5장에서는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인 세대갈등을 다룬다. 설문조사 자료를 분석하여 청년들이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떤 정치적, 경제적 성향을 보이는지를 꼼곰하게 해체한다. 아직도 사회의 주인공을 자처하는 86세대에 대해서는, 이제 그만 주인공의 자리에서 잘 내려오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침내 6장부터 10장까지는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고민한다. 현대 한국은 일본과 미국의 영향을 짙게 받아 왔다. 그러나 그들의 길을 고스란히 따르지는 않았다. 대륙의 통일왕조와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고대로부터 늘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았듯, 현대의 한국도 마냥 순종적이지는 않은 자세를 견지했다. 또한 중국, 일본보다 작은 사이즈로 그들 사이에 늘 끼어 있었기에 한쪽에 쏠리지 않고 보편을 추구할 수 있었다. 혁신을 늘 강요당하며 살았기 때문에 혁신의 경험을 후발주자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식민지 경험은 다른 식민지 출신 국가들과 어깨를 걸 수 있게 해 주었다. 고통의 역사가 지금의 한국에는 힘과 경쟁력이 된 것이다.

 

  에필로그는 결론이다. ‘현명한 낙관론‘으로 가자는 것이다. 조선의 멸망, 산업화, 민주화, 세대갈등을 거쳐 한국은 경쟁력 있는 나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 경쟁력은 앞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도 큰 성장을 거두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나라가 될 것이다. 이것이 현명한 낙관론이다. 앞으로의 한국이 나아갈 길은 잘 하던 것을 꾸준히 하며 다가오는 문제들에는 우리가 가진 경쟁력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여러 군데 표시를 하고 노트를 하며 읽었다. 한국과 한국인의 특성과 기질을 통시적으로 잘 정리해 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 논리에서는 조명되지 않았던 중도파의 중요성을 짚어 준 것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청년 세대의 문제를 말하며 저출산 문제를 따도 떼어 중요하게 다룬 것 역시 좋았다. 앞으로의 인구 절벽은 이미 예견된 것이고 이로 인한 문제는 필연적이다. 이를 감당할 미래의 한국사회에 대한 제언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작금의 한국 사회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이런 문제들을 극복할 힘을 과거 한국과 한국인들이 걸어온 발자취에서 엿보았다. 중도와 민중의 이름으로 실용의 길을 찾는 사람들. 문제가 있을 때 누구보다 일찍 마주하여 빨리 끝장내버리는 혁신의 민족. 작은 사이즈와 식민지의 아픔을 강점으로 만들어버린, 그것이 바로 한국인, 한국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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