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책] 여행은 이야기, 여행은 삶 - 여행의 이유

보라돌이입니다 2020. 9. 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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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라는 작가가 유명하다는 , 그의 책이 매우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라는 ,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처음 것은 방송 프로그램알쓸신잡에서였다. 나른해보이는 얼굴로 마디 던질 때마다 그와 함께 여행을 하던 출연자들은 감탄과 웃음을 내뱉었다. 그것은 방송을 보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네.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비로소 처음 김영하의 책을 읽었다. 여행의 이유 읽으면서도 나는 방송을 보던 때처럼 감탄과 웃음을 얼굴에 머금었고, 쓰네, 하고 생각했다. 

 

책은 작가가 생각하는 여행에 대한 감상과 생각을 작가 본인의 여행기와 함께 엮어 글이다. 김영하는 책에서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다 썼다. 그는 매우 많은 여행을 했으니 그럴 만하다. 중국, 미국, 유럽과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들을 여행한 이야기들이 책에는 가득하다. 거기에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지식을 곁들인다. 고대 그리스 영웅 오디세우스의 여행 이야기부터 플롯에 대한 문학 이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식들이 작가의 여행 이야기에 녹아든다. 

 

여행 이야기. 그렇다. 여행은 이야기다. 여행한다는 것은 자체로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는 기승전결, 시련과 극복, 줄거리와 사이사이에 작은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작가는 메뉴판 밑의 이상한 음식을 일부러 주문하고, 적성국가에 가서 겁도 없이 일행에서 이탈해버리고, 낯선 이의 초대를 따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덜컥 버린다. 작가는 이렇게 썼다.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오는 그런 여행기가 있다면 나는 아마 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책은 재미있다. 다양한 경험과 그로 인한 굴곡이야말로 여행의, 그리고 이야기의 재미인 것이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매일 비슷하게 겪는 일상의 루틴은 힘들고 지루하다. 그러나 여행은 그런 힘들고 지루한 생활에서 벗어나 우리의 마음과 기분과 생각을 새롭게 만들어준다. 작가도 거기에 동의하지만, 가지 첨언을 한다. 우리의 삶이 바로 여행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작고 푸르고 아름다운 별을 타고 함께 우주를 여행하는 여행객이다. 우리는 세계에 여행하듯 태어나 살다 여행하듯 죽어 어디론가 떠나간다. 삶은 여행과 매우 닮아 있다. 

 

여행이 일상을 벗어나게 함과 동시에 자체가 여행이라는, 어찌 보면 모순된 주장을 작가는 당연하다는 듯이 한다. “(여행을 통해) 우리의 몸은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 라고도 말할 있다.” 여행하듯 사는 삶을 다시 여행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역시 여행이다. 여행을 통해 일상은 새로와지고, 여행을 통해 우리의 여행은 계속된다. 떠나고, 머무르고, 경험하고, 깨닫고, 그리고 다시 떠나고 머무르는 . 그것이 삶의 모습이며 그것은 여행이다. 

 

책에서 작가는 자신이 다닌 여행 이야기를 많이 준다. 여행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흔히 다니는 그런 여행과 거리가 , 매우 독특한 경험들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런 특별한 경험에 대해 작가는 편안하게, 관조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편안하게 적어 놓았다. 다른 사람이라면 양념을 팍팍 쳐서 스펙터클을 만들었을 경험임에도 말이다. 그렇다고 책이 평이하거나 밋밋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글을 써도 재미있을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의 김영하 작가의 모습이었다. 여행이란 사람의 삶이고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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