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책] 두려워 말고 함께하자 – 90년생이 온다

보라돌이입니다 2019. 3. 3.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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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고 간단하고 재미있게

 

이 글을 쓰는 필자는 90년생, 2018년 현재 서른이 되었고 4번째 직장에 다니고 있다. 그래서 이 책, ‘90년생이 온다가 끌렸다. 내 상사들은 나를, 내 뒤에 올 90년대생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내가 어차피 어느 조직이든 회사를 다닐 것이라면(꼭 이 회사가 아니라도), 윗사람들이 나를, 내 세대를 보는 시각이 어떤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읽게 된 이 책에서 필자는, 이상한 90년대생을 최대한 이해하고자 한 80년대생의 몸부림이 보이는 듯하여 짠한 마음이 들었다.

 

90년대생은 어떤 사람들인가? 책의 저자는 가장 먼저 IMF 시기에 유년기를 경험하고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머리가 커 온 90년대생은 극도의 경제적 사회적 불안정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조직의 공허한 언어를 신뢰하지 않으며, 오직 투명하게 보이는 것을 믿는다. 학종, 중소기업의 짬짜미 채용을 혐오하며 그나마 투명해보이는 경쟁에 모든 것을 건다. 공시다.

 

간단함을 추구하며 모바일에 최적화된 이들은 비선형적 사고를 한다. 책이나 긴 이야기는 세줄 요약이 필요하다. 병맛 코드는 파편화된 정보 속에서도 재미를 추구하는 90년대생의 중요한 키워드다. 어디에서도 그들은 재미, 그것도 짧은 재미를 추구한다.

 

이러한 특징은 회사 생활에서도 드러난다. 이들은 회사에 충성하면 성공하리라는 약속에는 관심이 없다. 충성의 대상은 자기 자신, 즉 자아실현과 자기 만족에 있다. 회사가 회사이기 때문에 몰두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며, 그렇기에 회사에 충성을 강요하는 꼰대는 극혐의 대상이다. 회사는 이제 돈이나 복지 뿐 아니라 몰입감을 선사해야 한다. 높은 자율과 책임감, 흥미를 유발해 주어 90년대생 직원들의 회사에서 몰입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이들은 재미가 없는 일은 안 하기 때문이다.

 

90년대생의 소비생활도 투명, 간단, 재미의 키워드 속에 있다. 갑질과 바가지는 이제 집중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남양유업 불매운동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용산전자상가는 온라인에서 투명하게 가격을 공개하며 판매하는 다나와 등으로 인해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책의 저자는 Slow Death, 즉 투명하지 않으면 서서히 고객을 잃어 결국 죽고 말 것이라고 조언했다.

 

편의점이나 마켓컬리의 성공은 간편한 식사를 원하는 90년대생이 만들어 낸 것이다. 작고 행복한 소비, 즉 소확행의 유행이 간단함의 키워드에서는 당연한 것. 모든 민원 정보를 모아놓은 120 서비스는 이러한 트렌드를 선도한 좋은 공공 서비스의 예이다. 간단하게 줄여놓은줄임말은 이제 실제로 판매되는 상품명에까지 퍼지고 있다. 편의점 상품은 그 물결의 선두에 서 있다. 간편식도 기왕이면 재미있는 상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해야 한다면, 알고 가야 한다


이렇게 투명, 간단, 재미의 3가지 키워드로 90년대생을 해부한 저자는 80년대 초반 생, 200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 90년대생들과 직접 마주치는 소위 사수나이대의 직장인이다. 그는 아랫사람으로 들어오는 젊은 직원들에게서 문화충격을 느꼈고, 그것으로 인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그것 뿐은 아니다. 젊은 세대는 늘 있다. 지금의 젊은이들도 기성세대가 될 것이고, 꼰대가 되거나 덜 꼰대가 될 것이다. 윗사람은 아주 꼰대와 덜 꼰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젊지 않기에. 그것을 저자는 자기 자신의 경험에서 절절히 느꼈고, 자신을 포함한 어른들이 덜 꼰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썼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단순히 아랫것들을 해부한 것이 아닌, 덜 꼰대가 되기 위한 저자의 몸부림인 것이다.

 

젊은 세대는 …(중략) 기성세대와의 조화로운 관계 속에 자라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세대를 제대로 알기 위한 기성세대의 노력이 절실하다’ (p.65) 바로 이것이 저자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리라. 함께하고자 하는 것. 그래서 젊은 세대도, 선배 세대도 같이 발전하는 것. 이 책은 그것을 위한 책이다. 그래서 내용 뿐 아니라 의도도 참 좋은 책이다. 서두에 적었듯이, 젊은 우리도 어른들과 함께 조직에서 회사 생활을 해야 한다. 선배 세대도 마찬가지다. 서로 조화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세대간의 이해와 조화의 폭이 넓어진다면 저자는 참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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