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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평가-홍준표 1승

보라돌이입니다 2019. 2. 2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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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있었습니다. 당 관계자 뿐 아니라 모두 예상했던대로, 하노이에 모든 뉴스가 집중되어 있었기에 그들만의 세상에서 치러진 대회였습니다. 이런 정치 행사라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죠. 게다가 전직 총리, 전직 서울시장 등 거물들이 다수 참가한 전당대회가 저녁뉴스 메인도 아니고 딱 한 꼭지씩이라면 이건 망한겁니다. 그래서 이번 전대에 참여하지 않은 홍준표 전 대표가 현명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뽑힌, 뽑히지 못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홍준표 대표가 얼마나 현명하게 불참을 했는지 더 명확해집니다. 


황교안 - 극단주의자를 두려워한 어리석음



사실 이번 당대표 선거는 '황교안 1강 대 2약'의 대결이라고 할 만큼 황교안 후보가 강했습니다. 황 후보 입장에서는 마음을 좀 가볍게 먹어도 되는 선거였다는 말입니다. 물론 당사자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말이라는 것을 알긴 하지만 그래도 이 선거는 누가 봐도 황 후보의 게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선거결과가 두려웠던 모양입니다. 건전하고 바르고 젊은 이미지의 오세훈 후보 표를 뺏어 오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당 내 극단주의자 표를 과대평가 한 것인지 황 후보는 이상한 선택을 합니다.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설에 말려드는가 하면, 이미 법적으로 판단이 다 난 박근혜씨의 범죄사실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한 것입니다. 


바보같은 선택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당대표가 되었고, 이제 당대표로서 선거에서 취했던 애매한 태도에 대해 설명해야 합니다. 합리적 보수 내지는 친박당 탈피를 원했던 이들은 다시 한 번 자유한국당에 실망할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은 친박과 극단주의자들, 겁쟁이들이 승리하는 당이 되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그들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이길 선거에서 악수와 패착을 거듭한 황 대표의 앞날은 가시밭길이 예상됩니다. 


김준교 - 언럭키 이준석



이 사람은 망했습니다. 이 사람은 이제 아무것도 못합니다. 태극기 집회에서나 보일까 말까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에, 아주 만약에, 이 사람이 자유한국당에서 뭔가 자꾸 맡으면서 계속 얼굴을 비춘다면 자유한국당은 자멸의 길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김준교 후보는 아주아주아주 극단적인 주장으로 갑자기 떴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그는 당선되지 못했습니다. 김준교 후보는 이준석이 아닙니다. 이준석씨와 김 후보는 아주 조금 다릅니다. 이준석씨가 김 후보보다 조금 덜 극단적이고, 조금 더 힘 센 사람(박근혜) 곁에 있었고, 조금 더 빨리 이름표를(새누리당 비대위원) 달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직 정치인으로 이름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준교씨는 너무 극단적이고, 뒤에 박근혜씨만큼 큰 배경도 없고, 82년생이라는 나이는 이제 곧 청년이라는 타이틀도 뗄 나이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사람이 그렇게 극단주의자가 설쳤다는 이번 전대에서 아무 타이틀도 달지 못했다는 것. 이 사람은 앞으로 아무도 불러주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런 메리트가 없습니다. 운이 나빴네요. 수학선생으로 돌아가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김순례 - 모범 극단주의자



김순례 의원은 이번 5.18 망언으로 갑자기 입길에 오른 인물입니다. 자유한국당은 김 의원을 징계하기는 커녕 최고위원후보에 세웠고, 그는 최고위원이 되었습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유한국당이 왜 이 사람을 가만히 두는지, 이런 사람이 어떻게 최고위원이 되는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어떤 선거입니까? 극단주의자들이 판을 치는 선거 아닙니까? 그러니 김순례 의원처럼 모범적인 극단주의자가 당연히 당선이 되는 것입니다! 


김순례 의원이 늘 말하는 논리가 있습니다.


5.18 유공자 중에 가짜가 있다>>그들은 우리의 세금을 거덜내고 있다>>다시 말해, 조작된 5.18을 통해 좌파정권이 '우리가' 낸 세금을 자기들 정권 강화에 쓰고 있다. 그러니 5.18 유공자를 전부 까라!


많이들 알고 있듯이, 국가보훈처는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를 제외한 다른 모든 명단은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5.18만을 꼭 집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뻔합니다. 그 명단이 공개된다면 거기서 뭐 하나라도 꼬투리를 잡아서 '종북몰이'를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김 의원은 돈 얘기를 꼭 여기에 얽어서 말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한국의 소위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의 구성은 반공을 주로 하는 이념보수와 자본을 주로 하는 경제보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5.18 가짜 유공자가 세금을 도둑질한다는 말은 이 두 보수의 축을 동시에 자극하는 말인 것입니다. 얼마나 대단한 논리입니까? 김 의원은 얼마나 모범적인 극우라는 말입니까?


홍준표 - 싸움꾼이 싸움을 피할 때


홍준표 전 대표는 싸움꾼으로 통합니다. 많은 싸움에서 자기에게 유리하게 판을 가져갔고, 많은 승리를 가져간 전투력 만렙의 인물입니다. 이런 인물이 싸움을 피한다면, 그 판은 싸움판보다 개판에 가까울 공산이 큽니다. 아무리 싸움을 잘 하고 좋아하는 꾼도 개와 싸우지는 않습니다. 


이번 싸움에서 뜬 사람들의 면면은 좀 웃깁니다. 황교안 대표는 일생 법조인으로 보내 선거는 처음인 인물, 김준교씨는 망했고, 김순례 의원도 비례대표로 당선되었을 뿐 진짜 싸움을 해 본 사람은 아닙니다. 싸움꾼들이 치열하게 싸운 판이 아니라, 싸움이라곤 해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이상하게 입길에 오른 괴상한 판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이제 자유한국당을 이끌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당의 많은 이들은 홍준표 대표 시절을 그리워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싸움꾼일지언정, 자기가 딛을 판과 아닌 판을 구분할 줄은 아는 사람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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