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기/일상, 생각

나의 전세 재계약기(1)

보라돌이입니다 2016. 3. 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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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저는 지금 사는 집 전세를 재계약했습니다. 

저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명지대학교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 이 집은 낡아빠진 빌라 3층에 있습니다. 방 세개에 작은 거실 겸 주방, 빨래건조대를 놓으면 꽉 차는 베란다, 화장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세금은 1억원입니다. 사람들은 제가 사는 이 동네가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싼 동네라고 하더군요. 그럴 만한 동네입니다. 지하철역도 멀고, 버스 교통도 좋지 않고, 대학 근처라기엔 놀 것도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런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2월 28일부로 집 계약이 끝나던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전세가가 많이 오르는 추세였기 때문에, 저 역시 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계약이 끝나면 이 낡고 허름한 집도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 하겠지? 이 정도 집이 1억이 넘는다면 대체 어디로 가야 하지? 와 같은 질문들이 마음을 옥죄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1월이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집의 주인은 80세정도 되신 할머니입니다. 사실 이 할머니는 저희 집 뿐 아니라 이 근처 빌라 여러 채를 가진 부동산 부자입니다. 이 부동산 부자 할머니는 높으신 연세에도 꽤 정정하셔서, 여러 세입자들과 당신의 부동산을 직접 관리하고 계십니다. 저희 집 역시 할머니의 레이더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1월 초, 할머니께서 저에게 전화를 먼저 하셨습니다. 


할: "아이고 총각, 잘 있었어?"

나: "아 할머니 안녕하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할: "응 총각. 그... 집은 어떻게 할거야?"

나: "음... 할머니는 어떡하실 생각이세요?"

할: "우리는 집을 내놓으려고 하거든. 집을 팔려고."


집을 판다. 할머니의 대답은 비수처럼 제 귀에 꽂혔습니다. 아... 나가야 하는구나. 또 부동산을 전전해야 하는구나. 저는 알겠다, 2월 중순까지 집을 알아보겠다고 말씀드린 후 전화를 끊었습니다. 저는 그 날 당장 부동산에 찾아갔습니다. 새 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이 동네에 8년째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잘 아는 부동산이 있었고, 그 곳에서 집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제게 주어진 돈은 1억원. 이 돈으로 저는 집을 구해야 했습니다. 집을 구하는 조건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째, 반드시 전세여야 할 것. 전세가 아니면 의미가 없었습니다. 저는 취업준비생, 제 동생은 학생. 월세를 내기에는 빠듯한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알바를 한다 해도, 기본이 30만원인 월세금은 너무 뼈아픈 수준의 돈이었습니다. 이 돈이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20대 남자 자취생 둘에게 30만원이면 토익 시험을 6번 볼 수 있고, 저희 동네에서 제일 싼 4킬로짜리 쌀을 25포대나 살 수 있으며, 저희 동네에서 제일 싼 치킨을 30마리나 먹을 수 있는 돈입니다. 그 피 같은 돈을 월세로 내기에는 너무 아까웠습니다. 

둘째, 동생이 통학 가능한 거리여야 할 것. 동생은 당산에 있는 2년제 전문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대충 한시간쯤 잡고 가면 넉넉한 통학 시간입니다. 이 이상 멀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취를 하는데 통학 시간이 한시간 이상이나 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생 학교가 있는 동네부터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지만, 한강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집세는 비싸지기만 했습니다. 결국, 저는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싸다고 하는, 서대문구 홍은동에 계속 살기로 했습니다. 이 동네만큼은 사수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더 멀어져서 은평구 쪽으로 더 들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부동산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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