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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트 리뷰 – 역사와 상상의 맛있는 짬뽕

보라돌이입니다 2022. 9. 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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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헌트를 저는 아내와 함께 봤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80년대의 한국 정치사에 대해 잠깐이라도 다시 보고 영화를 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역사와 영화가 재미있게 어우러진 영화 헌트 감상평입니다.

1980년대 한국은 쿠데타에 성공한 군인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이 군인들은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군부독재를 하기 위해 정보기관 등을 통해 시민들을 마구 압제하고 있었습니다. 고문, 간첩조작, 부정축재 등 부패한 독재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독재자를 암살하기 위해 워싱턴DC에서 진행된 누군가의 작전이 실패한 이후, 안기부에는 기관 안에 북한이 파견한 간첩이 있다는 정보가 들려왔습니다. 국내팀의 수장인 김정도(정우성)와 해외팀의 수장인 박평호(이정재)는 각각 서로를 북한이 파견한 남파간첩인 ‘동림‘으로 의심하고 각자의 방법으로 서로의 뒤를 캐게 됩니다. 마침 이 두 사람은 쿠데타 당시 군인이었던 김정도가 박평호를 고문하여 후유장애를 입힌 과거의 악연까지 있던 상황.

김정도는 박평호가 돌봐 주고 있던, 박평호의 죽은 부하의 딸 조유정(고윤정)의 뒤를 캐려고 하고, 박평호는 김정도가 일감을 몰아 주며 키우고 있던 군납 회사 목성사를 급습해 목성사 사장(유재명)을 밀실에서 전기고문합니다. 그런 와중에 북한에서는 전투기 조종사(황정민)가 전투기를 몰고 남으로 귀순하는 초대형 사건 일어나고, 이 조종사를 통해 북한의 암호를 해독하여 안기부 안에 동림이 있다는 것이 확실해집니다. 그러나 누가 동림인지는 오리무중인 상황이 이어지는 와중, 독재자는 태국 순방 일정을 계획합니다. 워싱턴 DC에서처럼 암살의 위협이 도사리는 상황. 과연 김정도와 박평호는 동림의 암살 계획을 발견해 그를 막을 수 있을까요?

실제 역사와 비교해보면 더 재미있는 ‘헌트’

영화 헌트에는 숨은 재미가 많습니다. 가장 먼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영화에는 80년대 한국사의 굵직한 장면들이 몇몇 나옵니다. ‘동림’이라는 이름부터 60년대 말 동베를린의 북한 대사관에 남한의 교민들이 드나들다 간첩으로 몰렸던 ‘동백림 사건‘을 연상하게 합니다. 물론 이 사건과 영화의 동림은 큰 관계는 없지만, 이름을 통해 동림이 간첩임을 직관적으로 알게 해 줍니다.



북한에서 전투기를 타고 남으로 귀순한 이야기 역시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웅평 상위(대위)가 1983년 5월 미그-19 전투기를 타고 편대훈련을 하던 도중 자신의 편대를 벗어나 인천쪽으로 내려와 버린 것입니다. 갑자기 북한 전투기가 남쪽으로 내려오자 서울, 인천, 경기 지역에는 비상이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비상이 발령되고, 우리 공군이 요격기를 띄우고, 전투기 조종사 리 중좌의 귀순 이유가 ‘변질된 제품은 교환해 드립니다‘ 라는 라면봉지에 충격을 받아서 라는것까지도 영화와 현실이 같습니다. 다만 리 중좌가 암호 해독문을 건네준 것은 역사와 다릅니다. 실제 역사 주인공 이웅평씨는 자신이 타고 온 전투기값으로 강남 아파트가 3천만원이던 당시 20억원 가량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 하나 숨은 역사적 사실은 ‘아웅산 묘소 테러 사건‘입니다. 영화에서는 태국으로 묘사되지만, 실제 아웅산 묘소는 미얀마에 있습니다. 전두환이 미얀마에 방문했을 때 미얀마의 국부인 아웅산 장군의 묘소를 참배할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 때 북한이 폭탄 테러를 통해 전두환을 암살하려 했던 사건입니다. 영화에서 애국가 연주를 신호로 작전이 시작되는 것처럼, 실제 역사에서는 아웅산 장군에 대한 진혼곡 연주가 시작될 때를 시작으로 수류탄 등 폭탄 공격을 실시했습니다. 영화에서는 대통령이 반쯤 도착했을 때 공격이 시작되지만, 실제로는 미얀마의 열악한 도로 사정 등으로 인해 전두환은 도착 전이었고, 군악대가 리허설로 연주를 시작한 것을 전두환 도착으로 오인한 북한 테러범들이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이로 인해 당시 정부 고위 관료와 국회의원, 기자 등 17명이 사망하는 엄청난 일이 있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 ‘헌트‘

물론 이 영화는 영화 자체로도 재미있습니다. 훌륭한 스토리, 박진감 넘치는 액션, 배우들의 열연, 처음으로 감독을 맡았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연출을 보여준 이정재 감독까지. 대단히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최근 한국영화들이 ‘한산’ 정도를 제외하면 고전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볼 때 헌트는 높은 수준의 스토리, 연기, 연출 삼박자를 고루 갖추어 흥행에서도 잘 나가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영화 헌트는 우리 한국의 격동의 80년대, 가슴 아픈 현대사의 여러 장면들을 비춰 줍니다. 이런 점들을 전혀 모르고 영화를 봐도 아주 재미있겠지만, 알면 알 수록 영화의 재미들이 훨씬 커질 것입니다. 사실 역사 자체가 조금은 스포일러이긴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영화 헌트를 2회차 관람하시기를 권합니다. 일단 한 번 보고, 역사에 대해 조금 알게 된 다음 한번 더 영화를 보시면 훨씬 큰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영화, 역사와 실제의 맛있는 짬뽕, 헌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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