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3

[책] 환경주의 신데렐라-우주에서 한아뿐

현실이 노답일 때, 우리는 어디선가 와서 나를 구해줄 무언가를 구하게 된다. 그것이 로또 1등이 되었건, 주택청약 당첨이 되었건, 백마 탄 왕자가 되었건. 그렇다면 이 자리에 UFO 탄 외계인을 넣으면 이상할까? 소설 ‘우주에서 한아뿐’은 딱 이런 이야기다. 한아의 남자친구 경민이 훌쩍 캐나다로 여행을 갔다. 그런데 경민이 있는 동네에 갑자기 유성이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나고, 경민은 사고 다음 날에야 발견된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경민은 평소와 조금 다르다. 이상함을 조금씩 느끼던 한아는 경민이 입에서 내뿜는 빛으로 병을 핥아서 플라스틱과 PET를 구분하는 광경을 보게 된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결국 UFO 탄 왕자님이네 여기까지는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매우 잘못되었다. 경민..

책읽기 2019.11.02

[책] 또렷하게 들리는 여성의 이야기 – 옥상에서 만나요

장르문학의 즐거운 유산 정세랑의 소설의 특징은 ‘괴상하다’는 것이다. 그녀의 글은 진지한 분위기로 나가다가도 이상한 전개를 보여준다. 마치 호러나 이세계물같은 장르 문학 같다. 그리고 이게 참 재미있는 부분. 정세랑 작가의 단편집 「옥상에서 만나요」 역시 정세랑 특유의 괴상한 이야기들이 독자를 즐겁게 해 주는 책이다. 별 이상한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당장 이 책의 제목이 된 단편 ‘옥상에서 만나요’는 고대의 비법을 통해 절망을 먹고 사는 남편을 소환한 여성의 이야기다. 이렇게 써 놓으면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데, 정세랑 작가는 이처럼 이상한 얘기를 정말 재미있게 잘 풀어낸다. 여성의 ‘이야기’ 그렇다고 이 책에 이상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단편들은 대부분..

책읽기 2019.03.25

[책] 학교에서는 퇴마가 일상-보건교사 안은영

‘퇴마물’이라 하면 엑소시즘 영화나 부적을 여러 군데 붙이고 굿을 하는 무당 같은 것이 먼저 생각납니다. 하지만 정세랑 작가의 이 책 ‘보건교사 안은영’의 퇴마는 유쾌한 것을 넘어서, 좀 웃깁니다. 부적이나 성수 대신 플라스틱 칼과 장난감 총으로 둥둥 떠다니는 영체들을 잡고 다니는 보건선생님. 그리고 신비한 보호의 힘을 지닌 한문선생님. 기존의 퇴마에는 맞지 않는 이 두 선생님은 학교에 일어나는 여러 영적 사건들을 해결하고 다니기 바쁩니다. 연애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요. 사실 학교를 주된 장소로 설정한 퇴마물이나 공포물은 많았습니다. 그 유명한 여고괴담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학교 퇴마물이 이렇게 유쾌하고 귀엽고 밝은 것은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 밝고 귀여운 이야기는 곰곰 ..

책읽기 2018.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