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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3 총선] 선거 트렌드 1. 몸으로 떼우기

보라돌이입니다 2016. 4. 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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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전체에 총선 열기가 가득 찼습니다. 총선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뽑는 중요한 선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은 자신을 대표해 줄 후보들을 엄정히 골라 뽑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각 후보의 공약을 확인하고, 경력을 확인하고,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합니다. 


그런데, 막상 선거에 들어가면 국민은 자신을 대표할 후보와 정당에 제대로 투표하지 않습니다. 대신, 막연히 감정에만 호소하는 후보와 정당에 투표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이런 막연한 감정에 표를 주는 것은 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국민이 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게 하는 것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오늘은 '몸으로 떼우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공직자가 잘못을 저질러서,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 해 봅시다. 그럴 경우, 가장 보편타당한 사과의 방법은 사퇴입니다. 책임을 지고 스스로 직에서 물러나 야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제대로 사과를 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다른 것 같습니다. 국민에게 잘못을 했어도, 그냥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대신, 국회의원들은 '몸으로 떼우기' 방식의 사과를 합니다. 


그 시작은 2004년 한나라당의 '회초리 광고'였습니다. 한나라당은 당시 탄핵 정국으로 총선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 때 한나라당이 내놓은 카드가 바로 '회초리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를 통해 한나라당은 기사회생했습니다. '국민의 마음에 못을 박지 않겠다'는 한나라당의 약속, 그리고 '너만한 자식이 없다'고 말해주는 국민. 한나라당은 말도 안되는 명분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당은 심판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심판 받지 않았습니다. 대신 심판받는 '척'을 하는 광고만 내세웠습니다. 이 광고를 본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충분히 심판 받았다고 느낀 것일까요? 


2008년 총선은 친박학살의 총선이었습니다. 친박계가 완전히 밀려나고, 친이계가 여당의 핵심을 손에 쥐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친박 정치인들은 자기들끼리 '친박연대'를 조직해 선거판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친박연대'가 내세운 가장 큰 공약은 민생도 경제도 안보도 외교도 아닌 '박근혜'였습니다. 




친박연대는 울고 있는 박근혜를 선거에 이용했습니다. 박근혜와 박근혜계 정치인들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 전략은 꽤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대단한 공약도, 어떤 정책 비전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박근혜를 지키는 사람들' 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도 국민은 표를 주었습니다. 8석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의석을 가지고 유유히 한나라당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제 2016년, 올해도 총선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빈곤한 공약과 빈약한 의정을 눈물과 회초리로 떼우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국민이 이런 퍼포먼스에 표를 주기 때문입니다. 종아리를 걷겠다, 매를 맞겠다, 무릎을 꿇겠다와 같은 이런 퍼포먼스는 사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국민의 생활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그냥 보여주기입니다.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뭐, 실제로 이 후보들에게 누군가 힘 센 사람이 매를 100대씩 때린다면 모르지만요. 


이런 빈수레같은 짓에 더 이상 표를 주는 국민이 없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공약과 능력과 비전을 보고 투표해야 합니다. 우리의 표는 그렇게 값싼 것이 아닙니다. 보다 신중하고 보다 냉철한 한 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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