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책] 정직하게 이기적인-주무관 일기

보라돌이입니다 2017. 11. 22.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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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없는 책


지난 9월에 홍대에서는 와우북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당시 저는 페스티벌이 열리는 홍대앞길에서 하루를 온 종일 다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 다양한 출판사들의 부스를 지나자, 출판사의 부스가 아닌 부스들이 상상마당과 상수역 사이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독립출판물들을 위한 부스였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독립출판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상업적인 이유를 넘어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와우북페에서 만난 많은 독립출판물들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만난 이야기 중 저의 흥미를 끄는 것이 바로 이 책, ‘주무관 일기였습니다

 


일기란 그런 것


책의 저자 도영 20대의 여성 공무원입니다. 이 책은 그녀가 공무원이 되기 전부터 공무원이 된 이후 몇 년간의 이야기입니다. 소설같은 하나의 긴 이야기는 아니고, 책의 제목처럼 일기 형식입니다. 저자가 겪은 일들, 만난 사람들, 생각한 것들에 대한 정직한 이야기입니다.

. 이것은 정직한 이야기입니다. 저자의 이야기, 저자의 생각입니다. 곰곰 이 책을 읽어보면, 저자는 매우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보통 공무원을 생각할 때, 공무원이라면 공익을 우선해야 하고 친절하고 봉사정신이 투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땅히 그런 사람이 공무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 시간, 자기 업무, 자기 마음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지금 이 시대의 이야기


공무원이라는 이름을 생각할 때, 저자는 좋은 공무원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좋은 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 자기를 뽐내거나 과장하거나 좋은 평을 받고 싶어서 쓴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일기입니다. 자기 이야기입니다. 그냥 20대 중반을 사는 한 사람이 쓴 자기 자신입니다. 그렇게 생각할 때, 글쎄요, 누가 이 사람을 단순히 공무원답지 못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20대 후반을 사는 저는 저자의 마음, 저자의 생각, 저자의 삶의 태도를 긍정하기는 어려우나, 있는 그대로 그냥 인정할 수는 있을 듯합니다. 왜냐하면 이 책이 보여주는 삶의 형태와 태도는 그야말로 우리 20대의 일기, 20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현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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