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책] 복잡한 세상을 깡다구있게 살다-도련님

보라돌이입니다 2017. 10. 23. 22:26
반응형

하나쯤 있을 법한 사람

 

주변에 이런 사람, 하나쯤 있을 듯합니다. 사람은 착한데 왠지 모르게 뻣뻣해서 인간관계를 유들유들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 주변의 분위기를 잘 읽지 못하고 때문에 놀림감이 되곤 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어쩌면 놀림감을 넘어서 따돌림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낯선 환경에서라면 적응하지 못하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 바로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입니다. 주인공은 몰락해가는 구 일본 귀족의 둘째 아들입니다. 하녀인 기요 할멈으로부터 도련님소리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의 성격은 매우 특이합니다. 그는 성격이 매우 강하지만 그 강한 성격을 숨기거나 고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할 뿐입니다. 자신에 대한 강한 확신으로 찬 사람입니다.

 

도련님에서 사회인으로

 

부모가 죽고, 원래 사이가 좋지 않던 형과 갈라지면서 그는 독립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부모의 유산으로 어찌어찌 학교를 졸업한 그는 동경에서 먼 시골 중학교로 갑니다. 기요 할멈과도 작별합니다. 부임지에 도착한 그는 일하게 된 학교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낍니다. 학교의 선생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이상해 보이고, 학생들은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여러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그는 그의 느낌이 맞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도련님은 동료 수학교사 센바람선생과 손잡고, 일련의 사건을 뒤에서 조장한 위선적인 교감 빨간 셔츠아첨꾼인 미술 선생을 혼내줍니다.

 

해학적인 인물들 뒤에 숨은 혼란

 

도련님은 강직하고 정직합니다. 그렇기에 위선적인 교감과 아첨꾼 미술 선생을 가만히 두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한번 때려주는 일 뿐입니다. 그가 비록 매우 유서 깊은 사무라이 가문의 자제일지라도 말입니다. 이전의 일본 사회였다면 도련님이 교감과 아첨꾼을 칼로 베었다 할지라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겠지만, 도련님이 사는 세계는 더 이상 봉건 사회가 아닙니다. 도련님을 괴롭힐 뿐 아니라 이전에 사족(귀족)이었던 끝물 호박선생의 약혼녀를 빼앗고, 또 뒤로는 게이샤와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교감 선생인 시대입니다. 약삭빠르고 겉과 속이 다른 이들이 잘 나가는 사회. 아무리 강직하고, 아무리 정직하고, 아무리 성인 군자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사회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나쓰메 소세키)


이렇듯 나쓰메 소세키는 당시 새로운일본 사회를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찰리 채플린은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가볍게 보자면 그냥 재미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인 도련님’. 한 꺼풀만 더 들어가 보자, 그 안에는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사회 변화의 단면이 있었습니다. 



반응형